1400원대 환율·2%대 물가…한은, ‘동결 명분’ 쌓이고 ‘인하 여지’는 좁아져
집값 불안·채권금리 상승도 ‘인하 끝’ 시그널…27일 마지막 금통위에 시장 촉각
오는 27일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치솟는 가운데 집값 불안과 2%대 중반의 물가 압력이 겹치면서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14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4.2원 오른 1471.1원에 출발한 뒤 코스피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며 한때 1474.9원까지 치솟았다. 장중에 1470원대 중반까지 치솟던 환율은 정부와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온 뒤에야 간신히 1450원대로 내려 앉았다.
정부는 시장 안정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같은 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은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금 수준 이상의 환율 상승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해 기준금리를 3.50%에서 2.50%까지 낮춘 뒤 7·8·10월 세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통화 완화 전환의 핵심 근거는 경기 둔화와 함께 서울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 없이 연착륙'시키겠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집값이 뚜렷하게 꺾이지 않는 가운데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올라서면서, 추가 인하 명분보다는 동결 명분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지난달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런 기류가 드러난다. 다수 금통위원이 "환율 재상승으로 외환부문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 운용에서 외환 안정에 대한 고려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경기 둔화를 이유로 0.25%p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신성환 위원조차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환율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환율·집값 레벨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고환율은 물가를 통해서도 한은의 손발을 묶고 있다. 10월 수입물가는 원화 약세 영향으로 넉 달 연속 상승해, 올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로 1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채권시장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4일 오전장에서 연 2.944%까지 올랐다. 연초와 비교해 상단을 넓히는 흐름으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가격에서 지워지고 일부 구간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외 여건 역시 금리 인하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에 자본 유출과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12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기대가 55% 수준으로 전망돼 한은이 선제적으로 완화 폭을 넓히기는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성장 하방 리스크를 이유로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과 서울 부동산, 대외 변수 등을 감안하면 내년 2월 이후 추가 인하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 5월 마지막 인하 이후 1년 이내 관점에서 보면 금리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종결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