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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환율 1500원 코앞, '서학개미' 늘어서?"… 고환율 만든 건 '시장 수급의 전환'

美 대형 기술주 조정에 개인 매수는 급증했지만 “단독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
외국인 이탈·기업 환전 보류·기관 비헤지 확대… 달러 수급 틀어진 것이 본질
안전자산 선호 확대로 ‘해외·달러 중심’ 구조 고착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보유중인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자 정부 안팎에서 '서학개미 탓'을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투자자가 미국 빅테크를 대거 사들이기 위해 달러를 환전하면서 시장 수급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개인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 중이지만, 증권가는 "서학개미의 매수 규모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환율을 밀어올린 힘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라고 반박한다. 외국인 이탈, 기업의 환전 보류, 국민연금·보험사의 비헤지 해외투자 확대까지 겹치며 달러 수급 자체가 틀어진 게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1월 들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세는 압도적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14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36억3376만달러(환율 1459.90원 기준 약 5조3039억원)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매수 규모가 6855백만달러(약 10조76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주 만에 전달 수요의 절반 이상을 매수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지난해 11월 초~중순 서학개미는 551백만달러(약 8049억원)를 순매도하며 위험노출을 줄였지만, 올해는 같은 구간에서 정반대로 대형 기술주 조정 때마다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대표 기술주들의 하락폭 증가는 환전 수요를 자극하기도 했다. 서학개미들은 한달 사이 15% 급락한 메타를 이달 들어 5억5988만달러 순매수했고, 엔비디아·메타·팔린티어·반도체 종목을 2~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공격적으로 담았다. 대형 빅테크 주가가 급락하자 "떨어지면 더 매수한다"는 패턴이 강화됐고, 이는 곧바로 달러 매수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학개미가 '환율 상승을 키운 요인'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단독 원인이 아니다"라고 봤다. 개인 매수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이번 환율 급등은 개인 수요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 이동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외국인 이탈이다. 10월까지 6월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9조1279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반도체에서 매도세가 나타났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글로벌 AI 랠리 피로감이 겹치자 '차익실현 + 안전자산 선호'가 동시에 나타나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옥시아의 어닝 쇼크 이후 단기간 급등했던 메모리주의 부담이 커진 데다 환율 등 매크로 변수까지 겹치며 반도체주 전반에 조정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기업도 달러 공급을 늦추는 추세다. 글로벌 관세 리스크, 금리 인하 지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해외 매출을 올린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 전략'을 선택했다. 시중에 풀려야 할 달러가 제때 나오지 않으면서 공급 측면의 균열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보험사·연기금 등의 기관들은 수익률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헤지 비율을 줄이는 추세다. 연초 대비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잔액은 이미 수백억달러가 늘었고, 보험사들은 선제적인 해외채권 교체 매매로 달러 수요를 키운 상태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확대와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을 검토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실제 스와프 한도(650억달러) 확대 논의가 전해지자 환율은 1470원대에서 20원 가까이 빠졌졌고 17일 1458원에 거래 중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구조적 유출에는 단기 처방이 한계'라는 경계심이 더 크다.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로 대미 2000억달러 투자 조달이 연 200억달러 상한으로 정리됐지만, 조달 방식·시점·헤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도 환율 불안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증시는 단기적으로 수출주 실적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외국인 매도·수입물가 상승·기업 실적 변동성 확대 등 부정적 파급이 더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영곤 토스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개인의 해외주식 매수는 분명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지만, 최근의 환율 급등을 그 부분만으로 설명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외국인·기업·기관 등 주요 주체들의 자금 흐름이 동시에 달러 쪽으로 기울었고, 이것이 더 큰 구조적 요인"이라며 "서학개미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금시장의 방향 자체가 '해외·달러 중심'으로 자리 잡은 흐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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