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월가 대가들 선택 갈려… AI 장세의 분기점
버핏·피셔·드러켄밀러는 공격적 매수, 틸·손정의·버리는 차익실현·회피
한국 반도체·AI 공급망까지 영향… 엔비디아의 숫자가 연말장 좌우
"20일에는 새벽에 일어나려고요. 눈이 번쩍 떠질 것 같네요."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에도 실적이 잘 나왔는데 발표 직후 주가가 3% 넘게 빠졌잖아요. 그래서 더 불안해요."
한국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한국 시각으로 20일 새벽 공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이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에 대한 사실상의 '1차 답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AI 버블 논쟁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논란의 불씨를 키운 건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은 투자자들이 AI에 지나치게 흥분한 단계"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여기에 MIT 연구팀이 "AI 기업의 95%가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AI 산업이 기술 혁신의 초입인지,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지에 대한 공방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2000년 닷컴 버블의 기억이 겹쳐지며 논쟁은 단순 투자 과열 이슈를 넘어 "AI가 경제·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인가, 아니면 거품의 뒤틀린 그림자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논쟁이 격화되자 월가의 대표 큰손들조차 서로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에 베팅하며 노출을 더 키우는 쪽과, 정점 통과 위험을 경계하며 엔비디아·테슬라 등 대표 종목을 과감히 털어내는 쪽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버핏·피셔·우드·드러켄밀러 "AI는 구조적 변화…오히려 지금 추매"
AI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월가 대가들은 AI·빅테크·신흥시장 노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 소음과 주가 변동성보다 'AI는 10년간 이어질 구조적 혁신'이라는 긴 방향성에 더 주목하는 부류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발표한 10년 전망에서 AI와 신흥시장을 향후 글로벌 투자 환경을 결정할 핵심 메가트렌드로 꼽으며 장기 상승 여력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 분기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유지분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줄였지만, 알파벳 A클래스 주식은 약 43억달러(약 6조원3000억원)어치를 신규 편입했다. 사실상 '애플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AI 인프라 중심 포트폴리오'로 방향을 튼 것이다. 버핏이 완전히 새로운 빅테크를 포트폴리오에 담은 것은 2019년 아마존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켄 피셔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셔 인베스트먼트는 3분기에 알파벳 A클래스 주식을 83만7893주를 순매수하면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크게 키웠다. 동시에 회사채 중심이던 채권 포트폴리오를 미 국채 ETF로 옮기며 'AI 상승 베팅 + 신용 리스크 방어'라는 양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월가 헤지펀드 대가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더 공격적이다. 그가 운영하는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는 3분기 아마존 9600만달러, 메타 5600만달러를 각각 추가 매입했다. 그뿐 아니라 9월 상장한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업 피겨테크놀로지(FIGR)에 7700만달러를 신규 투자했고, MSCI 이머징마켓 ETF(EEM)에도 1억달러가 넘는 포지션을 새로 열었다. AI·가상자산·신흥시장이라는 다음 사이클의 세 축을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아예 미래 산업 전반을 겨냥하며 코인베이스·비트마인·솔라나 기반 기업 등 가상자산 인프라 포지션을 확대했다.
◆틸·손정의·버리는 "엔비디아·테슬라, 너무 비싸다…정점 논란이 현실화"
반대편에는 피터 틸, 손정의, 마이클 버리가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AI 대표주에서 발을 빼거나 역방향 포지션까지 취했다. 이들은 "AI 투자 속도는 빠르지만 수익화는 크게 뒤처졌다"는 점에서 공통된 시각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싣는 부류다.
페이팔·팔란티어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은 3분기에 보유하던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1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는 테슬라 지분도 기존 27만여주에서 6만주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기존 빅테크로 중심축을 재배치했다. AI 투자 페이스가 너무 빨라 리스크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예측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팔란티어에 대한 공매도(숏) 포지션을 공개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그는 "AI 대표 종목의 주가가 이익 기반 현실을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위험을 강하게 경고해 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같은 선택을 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엔비디아 지분 8조원 규모를 전량 처분했다. 엔비디아의 고평가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차익 실현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경우는 매도 자금을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회사의 AI 분야 투자 자금 확보 목적인 것으로 알려져 엔비디아는 매도했지만 'AI 부정론자'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12월 오픈AI에 225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용시장에서도 경고음이 커진다. 기술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늘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오라클 등 일부 빅테크의 CDS 거래는 수십억 달러대로 치솟았다. AI 투자 실패 우려가 실적 불확실성과 신용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가 내놓을 '숫자'에 쏠린 '세계의 눈'
시장 시선은 19일(현지시간) 공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4년간 매출이 600% 가까이 증가한 대표 AI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주가 조정과 밸류에이션 부담, 경쟁 심화, 대중 규제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며 이번 실적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이번 분기 매출 전망치는 549억달러(약 80조원)로 전년 대비 56%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은 1월 분기 가이던스가 61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시하는 대목은 AI 서버·GPU 주문이 실제로 유지되고 있는지, 그리고 엔비디아가 최근 잇따라 체결한 대형 파트너십이 어떤 방식으로 실적에 스며드는지다. 엔비디아는 오픈AI와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공급·투자 계약을 맺었고, 인텔·노키아와의 협력도 확대하며 AI 생태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반면 중국 매출은 규제 여파로 여전히 큰 변수로 남아 있다.
월가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우려와 낙관이 처음으로 실적 숫자에서 정면 충돌하는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숫자 자체보다 향후 주문 흐름과 고객사들의 예산 계획이 AI 버블 논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숫자 하나는 연말 뉴욕증시 랠리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AI 반도체 장비·부품주 등 국내 증시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AI·HBM·GPU 공급망에 걸친 종목들이 전체 지수 흐름을 좌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실적은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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