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는 전극-고체전해질 계면이 성능 좌우… 국내 연구진, 구조 설계·전극 강도·중간층으로 정면 돌파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의 핵심 난제로 꼽혀 온 '계면 불안정성'을 겨냥한 연구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전극·전해질 경계면을 안정화하는 새로운 설계와 소재 접근법이 속속 제시되면서 병목이 하나씩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립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성재경 교수 연구팀은 지난 17일 실리콘 기반 전고체전지의 병목을 정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리콘 음극과 황화물계 고체전해질(SE) 사이의 화학 반응, 충·방전 중 이온·전자 이동 불균형, 반복 충전 과정에서의 전극 내부 응력 축적을 고출력·고속충전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전극·전해질·계면을 함께 최적화하는 '다층 설계 전략'을 제안했다. 실리콘 입자 크기 조절, 전해질 조성 재설계, 전하 이동 경로 균형화, 전도성 중간층·집전체 공학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된다.
계면 불안정성은 실리콘만의 문제는 아니다. 리튬금속 음극은 충·방전 과정에서 수지상(가느다란 바늘 형태로 자라나는 리튬 결정)·공극(전극 내부에 형성되는 빈 공간)이 생기며 계면 붕괴가 반복되고, 흑연·실리콘 복합 음극도 팽창으로 전극 구조가 갈라져 수명이 짧아진다. 그럼에도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 적용으로 무게·두께가 늘어 에너지 밀도가 일부 떨어지기 때문에, 흑연만으로는 주행거리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론용량이 높은 실리콘(약 3600mAh/g)과 리튬금속(약 3800mAh/g) 기반 음극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계면 공학을 통한 새로운 해법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성 교수팀이 최근 공개한 '실리콘·탄소 기반 삼중 적층 중간층'은 리튬금속 전지에서 수지상과 공극 생성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다. 상부층는 치밀한 리튬-실리콘 합금으로 전자 누설·계면 분해를 줄이고, 가운데층은 다공성 리튬-실리콘-탄소나노튜브(CNT) 구조로 리튬 이동 통로를 확보했다. 하부층은 CNT 비중을 높여 전류 분포를 균일하게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흑연·실리콘 복합 음극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DGIST·연세대 공동 연구진은 계면 코팅이 아닌 전극 강도 자체를 높이는 방식에 주목했다. 바인더(NBR)와 용매 조합을 바꿔 실리콘 팽창에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바인더가 잘 녹는 아니솔(anisole) 용매를 활용해 전극 기계적 강성을 높인 것이다.
계면 안정화 연구가 진전되고 있으나 상용화를 막는 기술 장벽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있다. 황화물계 전해질은 공기와 습기에 취약해 별도 설비가 필요하고 고체전해질은 기공률·두께·밀도 등 제조 변수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맞춰야 해 대량생산 난이도가 높다. 제조 공정과 스케일업 문제가 결국 상용화 시점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성재경 경상국립대 금속재료공학과 교수는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쓰면서 셀 자체가 무거워져 에너지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고체에서는 실리콘·리튬메탈 같은 고용량 음극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쓰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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