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본업 경쟁력은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1등 고객'을 기반으로 합니다. 2025년은 이 1등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실행하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비장한 어조로 '1등 고객'과 '본업 경쟁력'을 화두로 던졌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게 추진해 온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작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정 회장은 위축되기보다 정면 돌파를 택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그는 이제 말이 아닌 숫자로, 비전이 아닌 실적으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 적자 탈출 이끈 '공간 혁신'... 이마트의 화려한 부활
정 회장이 주창한 본업 경쟁력 회복의 성과는 이마트 실적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쿠팡 등 이커머스의 공세에 밀려 2023년 영업손실 4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며 한때 '이마트 위기론'까지 대두되었으나, 정 회장은 이를 공간 혁신이라는 승부수로 잠재웠다. 올해 이마트가 보란 듯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정 회장의 뚝심이 통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고객이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마트는 창고에 불과하다"며 기존 점포를 쇼핑과 휴식, 체험이 결합된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하는 과감한 실험을 단행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스타필드 마켓 죽전'은 매장 면적을 과감히 줄이고 그 자리를 키즈 도서관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채웠다. "매대를 줄이면 매출이 준다"는 유통업계의 통념을 깬 이 역발상은 고객 체류 시간 증대와 매출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강조해 떠나갔던 고객들의 발길을 다시 돌려세운 것이다. 이는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보고 기업을 평가하는 1등 고객'을 정확히 공략한 전략이었다.
◆ CJ와 물류 동맹, 알리와 전략적 동맹으로 전방위적 효율화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결단력도 돋보인다. 정 회장은 경쟁 관계였던 CJ그룹과 손을 잡는 파격적인 '물류 동맹'을 맺었다. G마켓과 SSG닷컴의 배송을 CJ대한통운에 맡김으로써 물류 비용은 절감하고 배송 속도는 높이는 '실리 경영'을 택한 것이다. 이는 자존심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용진식 실용주의가 그룹 전반에 뿌리내렸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과 중심의 경영 기조는 이커머스 전략의 대전환도 가져왔다. 정 회장은 과거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라면 무리한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던 방식에서 벗어나, 철저히 수익성을 챙기는 방향으로 키를 틀었다.
최근 G마켓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이 단적인 예다. 플랫폼의 문을 열어 경쟁사의 상품을 팔더라도, 그것이 고객 유입과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유연함이다. "변화를 두려워할 때 고객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그의 신년사처럼, 과거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고객 가치'와 '수익'을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또한 올해 정 회장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 아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조직의 긴장감을 높였다. 실적이 부진한 CEO를 교체하고 성과가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을 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독려했다.
◆ 야구단과 유통의 시너지, '청라 돔구장'으로 정점 찍는다
정 회장의 시선은 이제 현재의 성과를 넘어 미래의 랜드마크인 '청라 돔구장'을 향해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건설 중인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돔구장과 복합 쇼핑몰이 결합된 모델로, 그가 꿈꾸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다.
2027년 12월 개장이 예정된 스타필드 청라와 청라 돔구장은 2만3000석 규모로, 고척돔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돔구장이 될 예정이다. SSG 랜더스 인수 당시 쏟아졌던 "본업과 무관하다"는 우려를 2022년 통합 우승과 관중 동원 1위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불식시킨 정 회장은, 이제 스포츠와 유통을 물리적으로 결합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겠다는 큰 그림을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청라 돔이 완공되면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경쟁력이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수준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K-팝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담아낼 이 공간은 가변석을 포함해 최대 4만 석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공연장으로 변신해, 전 세계의 1등 고객을 불러모으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 속에서 등판한 구원투수 정용진 회장. 그가 쏘아 올린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이 연이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신세계그룹은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5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1등 전략'이 유통 명가 신세계의 제2의 전성기를 어떻게 활짝 열어젖힐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생년월일 : 1968년 9월 19일생
출생지 : 서울특별시
가계 :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
학력 :
경복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중퇴
인디애나 대학교 경영학 수료
브라운 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현 직함 :
신세계그룹 회장 (2024년~)
◆ 주요 경력
■ 1990년대 경영 수업 및 실무 경험 축적
1995년 :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 (경영 수업 시작)
1997년 :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백화점·할인점(이마트) 양대 축 성장 전략 구상 참여
■ 2000년대 유통 리더십 강화 및 경영 전면 등판
2006년 :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 승진
이마트의 전국적 확산 및 국내 대형마트 1위 입지 공고화
2009년 : (주)신세계 총괄 대표이사 취임
PL(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및 유통 혁신 주도
■ 2010년대 '신세계 유니버스' 기반 구축 및 사업 다각화
2011년 : 신세계(백화점)와 이마트(대형마트) 법인 분할
이마트 부문 총괄, 전문점 및 복합쇼핑몰 사업 주력
2014년 :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SSG.COM) 출범
2015~2016년 :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 쇼핑몰 구상 실현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 전문점 런칭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개관 (체류형 쇼핑 공간 제시)
■ 2020년대 온·오프라인 통합 완성 및 회장 취임
공격적인 M&A 및 신사업 진출
2021년 : SK와이번스 인수 (SSG 랜더스 창단 / 유통+스포츠 마케팅 결합)
2021년 :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 인수 (이커머스 점유율 확대)
2023년 :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론칭
2024년 :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
입사 28년 만에 회장 취임, 책임 경영 강화 및 수익성 중심 경영 천명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