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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이커머스 재정비 나선 신세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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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사옥 전경/SSG닷컴

오프라인에서 공간 혁신으로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지만, 그가 야심 차게 쏘아 올린 '이커머스'라는 위성은 여전히 궤도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쿠팡의 독주를 막지 못했고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까지 겹치며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시장은 정 회장이 주도한 공격적인 M&A가 그룹의 재무 체력을 갉아먹는 '승자의 저주'로 돌아오고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신세계그룹

◆ '밑 빠진 독' 된 G마켓·SSG닷컴, 시너지는 어디에

 

정 회장의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G마켓(전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2021년 당시 정 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인수가 3조4400억원을 들여 지분 80%를 인수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겠다는 승부수였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인수 전 흑자를 내던 '알짜 기업' G마켓은 신세계 편입 직후 적자로 돌아섰다. SSG닷컴 역시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두 플랫폼의 합산 영업손실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1000억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손실만 늘어가면서 그룹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범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성장성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유통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신세계의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강력한 락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고, SSG닷컴은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풋옵션 갈등 끝에 지분을 되사오며 기업공개(IPO) 계획마저 불투명해졌다. "오프라인의 강점을 온라인으로 이식하겠다"던 정 회장의 청사진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 셈이다. 최근 야심차게 내세운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 법인은 쿠팡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중국을 향한 불신이 커져가며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올해 종료를 선언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신세계그룹

◆ 불어나는 차입금, 흔들리는 재무 체력

 

정 회장 주도로 이뤄진 거침없는 M&A 행보는 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을 켰다. G마켓 인수뿐만 아니라 SCK컴퍼니(스타벅스) 지분 추가 매입,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인수 등에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차입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마트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12.8%에서 꾸준히 상승해 150% 안팎을 오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재무 부담을 경고했다. 이자 비용 증가는 순이익 감소로 직결되고, 이는 다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를 제약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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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 회장의 '아픈 손가락'인 신세계건설의 부실은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됐다. 골프장 사업과 무리한 수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을 살리기 위해 이마트가 자금 보충 약정을 서고,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시키는 등 그룹 차원의 '수혈'이 계속됐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우량 계열사의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 책임은 전문경영인 몫? '오너 책임론' 비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회장의 '신상필벌'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올해 정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대표들을 경질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G마켓과 SSG닷컴의 수장이 잇달아 교체됐고, 건설 부문 대표도 옷을 벗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사업의 부진이 단순한 경영 관리의 실패라기보다, 오너의 전략적 판단 미스에서 기인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G마켓 인수를 최종 결정한 것도, 건설 부문의 레저 사업 확대를 독려한 것도 결국 정 회장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과거 '삐에로쑈핑', '부츠', '제주소주' 등 정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다가 조기 철수한 사업들은 그의 '마이너스의 손' 논란을 부추긴다. 실패한 사업들은 정리하면 그만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매몰 비용과 인력 손실에 대해 정 회장이 어떤 책임을 졌는지 묻는 목소리가 높다.

 

"2025년은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해"라고 선언한 정용진 회장. 하지만 그 본업의 범위를 온라인까지 확장해서 볼 때, 그가 짊어진 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혁신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커머스의 늪에서 빠져나와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진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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