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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유통공룡의 민낯] (中)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사람 잡는 쿠팡의 '보이지 않는 지시'

분 단위 추적 '클렌징' 공포... 전문가들 "기술적 중립성 뒤에 숨은 교묘한 통제"
퇴직금 미지급 수사 뭉개기 의혹... 현직 검사 눈물로 드러난 '권력형 게이트'

서울 중구에 주차된 쿠팡 차량. / 손진영기자 son@
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고객정보 유출, 노동자 안전과 생명 방치 총체적 불법기업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오늘 밤 주문하면 내일배송' 로켓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배송 기사들의 피와 땀, 그리고 3370만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거대한 청구서가 쌓여있다. 노동계는 쿠팡이 자랑하는 혁신이 노동자와 납품업체,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의 외주화 속에 세워졌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용하는 클렌징 제도는 퀵플렉스 기사들에게 수행률, 프레시백 회수율 등 수치화된 지표 달성을 요구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배송 구역을 강제로 회수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상시적인 해고 위협으로 기사들을 무리한 노동으로 내몰아 올해만 8명이 사망하는 사회적 타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택배노조는 쿠팡이 '죽음의 배송'을 방치하고 있다며, 과로사의 주범으로 지목된 클렌징제도의 즉각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17일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강요된 선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쿠팡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해 침묵을 깨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노조 측은 쿠팡식 로켓배송 모델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과로사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클렌징 제도 폐지 △심야·새벽 배송 제한 △분류작업 책임 명확화 등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했다. 이어 "빠른 배송을 위해 노동자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없다"며 쿠팡이 무한 속도 경쟁보다는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이러한 '죽음의 질주'가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 중립성' 뒤에 숨은 교묘한 통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노동 현장에서는 관리자가 눈앞에 있어 지휘 통제가 가시적이고 분노의 대상도 명확했지만, 쿠팡의 시스템은 알고리즘이 분 단위로 수행률을 추적하며 극도로 통제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라는 자유를 부여해 착시를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이어 "알고리즘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노동자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내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하게 된다"며 "실제로는 전통적 사용자보다 훨씬 정교하고 침투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적 중립성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자율적 선택이 아닌 알고리즘이 설계한 강제노동으로 이어진다.한 현장 기사는 "알고리즘에 맞추지 못하면 일감이 회수되기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뛰어다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익은 플랫폼이 독점하되, 사고나 과로 같은 위험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은 날로 진화하는데, 법과 제도는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제도적 공백' 상태"라고 지적했다. "쿠팡에서 일하는 다수의 노동자는 사실상 종속된 신분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노동 현장 문제는 법적 공방을 넘어 사법 정의를 뒤흔드는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했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은 현직 부장검사의 눈물 섞인 폭로로 발칵 뒤집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문지석 부장검사는 쿠팡(CFS)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누락하며 조직적으로 사건을 뭉갰다고 증언했다.

 

문 검사에 따르면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 근무 기간을 쪼개거나 허위 프리랜서(3.3%) 계약을 맺는 꼼수를 부렸다. 고용노동부가 이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당시 지휘라인은 '불기소 가이드라인'을 내리며 수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문 검사는 "200만 원 남짓한 퇴직금이라도 노동자들이 신속히 받길 바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쿠팡이츠가 운행 시간이 아닐 때도 라이더의 동선을 추적해 위치 데이터를 영리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라이더들은 이미 GPS 추적과 평점·패널티 시스템이라는 '디지털 족쇄'를 찬 채 과도한 감시와 통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지난 10월 13일 '전자 노동감시 실태 및 법·제도 개선 과제 토론회'에서 "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24시간 GPS를 허용하지 않으면 배달앱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5월부터 위치정보 접근권한을 켜놓도록 해 배달앱을 깔고 일하는 노동자 50만명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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