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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의 와이 와인]<306>부르고뉴를 피노누아에 담다…도멘 레셔노

<306>佛 부르고뉴 '도멘 레셔노'

 

안상미 기자

'왜 부르고뉴 피노누아인가.'

 

오늘은 준비된 와인을 만나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해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어떻게 대체불가능한 와인이 됐는지를 알 수 있을터. 키우기 까다롭다고는 하나 피노누아가 잘 자랄만한 기후와 땅은 많고, 피노누아의 개성을 잘 살려줄 유명 와인 메이커들도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이너리 도멘 레셔노를 이끌고 있는 2세대 뱅상 레셔노(왼쪽)와 도멘의 미래를 이어갈 3세대 쥘 레셔노. /안상미 기자

프랑스 부르고뉴 와이너리 도멘 레셔노(Domaine Lecheneaut)를 이끌고 있는 뱅상(Vincent) 레셔노(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양한 곳에서 피노누아 와인을 만나볼 수 있지만 부르고뉴의 철학은 완전히 다르다.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테루아에서 나왔다. 뉴질랜드 피노누아 등이 품종에 대해 얘기한다면 부르고뉴는 피노누아를 통해 리외디(포도밭)가 표현하는 테루아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강조했다.

 

도멘 레셔노는 1950년대 후반 페르낭 레셔노가 뉘 생 조르쥬를 기반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부르고뉴에서는 그리 오래된 와이너리도 아니었고, 포도밭도 2.5ha에 불과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두 아들인 뱅상과 필립( Philippe)이 이어받으면서다. 1985년 그들의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테루아의 특징을 뛰어나게 표현한 와인을 만들면서 로버트 파커가 최고의 생산자에게만 부여해 '도멘의 모든 와인에 대해 보증한다'는 의미의 최고등급 별5개를 받기도 했다.

 

와인을 소재로 한 유명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도 필립과 뱅상, 두 형제의 와인으로 소개됐다. 복잡하고 즐거우며 어딘가 기품있는 부르고뉴 와인으로 묘사되면서 경쟁 와인을 누르는데 성공한다.

 

형제의 와인에서 이젠 아버지 뱅상과 아들 쥘(Jules), 부자의 와인이다. 3세대 자녀가 여러 명 있어도 모두 의대를 지원해 와이너리의 맥이 끊기나 했는데 다행히(?) 쥘은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와인 양조로 진로를 바꾸고는 2017년부터 합류했다.

 

현재 빈야드는 12ha 안팎으로 뉘 생 조르쥬 뿐만 아니라 본 로마네와 쥬브레 샹베르탕 등 25개 다양한 아펠라시옹(원산지 통제 명칭)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보통 부르고뉴에서도 뉘 생 조르쥬를 테루아를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한 와인이라고 하는데 도멘 레셔노 자체도 테루아를 닮았다. 와인도 딱 그렇게 만든다.

 

쥘은 "우리의 역할은 이 다양한 25개 테루아의 다른 특징을 파악하고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과실미와 함께 우아한 고전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도멘 레셔노 부르고뉴 오뜨 코트 드 뉘 블랑 2022, 도멘 레셔노 부르고뉴 피노 누아 2022, 도멘 레셔노 모레 생 드니 2022, 도멘 레셔노 뉘 생 조르쥬 2022, 도멘 레셔노 쥬브레 샹베르탕 2011, 도멘 레셔노 본 로마네 2014. /안상미 기자

테이스팅에 앞서 부르고뉴에서 2022년은 아름다운(beautiful) 빈티지로 꼽힌다. 싹이 늦게 터서 서리 피해가 없었고, 일조량도 많았다. 포도가 익어가는 여름엔 건조해 집중도도 좋았다.

 

'도멘 레셔노 부르고뉴 피노 누아 2022'는 레이블은 부르고뉴로 되어 있지만 뉘 생 조르쥬에 위치한 3곳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 토양이 돌이 많은 석회질부터 점토질까지 다양해 뉘 생 조르쥬의 특징을 균형미 있게 잘 보여준다. 딸기같은 붉은 과실과 미묘한 꽃향에 흙내음이 따라온다. 타닌은 부드럽게 녹아들며 여운이 남는다. 와인 자체는 물론 2022년이 어렵지 않은 오픈 빈티지라 바로 편하게 마셔도 좋다.

 

'도멘 레셔노 모레 생 드니 2022'는 알코올 도수 12.5%에 pH 3.3이다. 마셔보지 않더라도 뭐 하나 튀지 않고 발란스가 딱 좋겠구나 싶을 수치다. 잘 익은 과실 풍미가 뚜렷하면서 산도는 생동감이 있다. 타닌은 매끄럽고 여운은 길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복합미와 구조감을 감안하면 숙성잠재력도 있다.

 

포도줄기까지 잘 익은 해라 50%는 줄기까지 같이 발효하는 홀번치 방식으로 양조했다. 쥘은 "신선함과 민트 풍미 등을 주기 위해 홀번치 방식을 썼지만 해마다 다르다"며 "쉐프가 향신료 등을 상황에 맞게 쓰듯 그 해 빈티지와 컨디션을 보면서 추가하거나 뺀다"고 설명했다.

 

'도멘 레셔노 뉘 생 조르쥬 2022'는 뉘 생 조르쥬에서 모래토에 표토층이 얇아 우아하고 과실미가 좋은 빈야드부터 남쪽으로는 토양자체가 좀 더 복합적이고 묵직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곳까지 다양하게 블렌딩했다. 잘 익은 검붉은 과실에 꽃향이 어우러지고, 타닌은 확실히 힘이 더 느껴지지만 산도와 균형을 이룬다. 5~10년, 또는 10년 이상 숙성도 가능하다.

 

쥘은 "포도밭이 10m만 떨어져도 완전히 다른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르고뉴의 매력"이라며 "뉘 생 조르쥬에서도 향신료 느낌이 강하거나 무거운 와인을 만나봤겠지만 도멘 레셔노는 잘 익은 과실향을 담으면서 열려있고 우아한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도멘 레셔노 쥬브레 샹베르탕 2011'은 부르고뉴의 왕이라는 쥬브레 샹베르탕답게 아로마부터 힘이 느껴진다. 블랙베리와 장미향에서 은은한 오크향까지 어우러지고, 15년 가까이 숙성했지만 여전히 산도가 좋다. 뱅상은 프랑스 음식 가운데서는 비프 스튜인 부르기뇽을 페어링으로 추천했는데 한국음식이라면 뭉근하게 잘 조린 갈비찜과 어울릴 와인이다.

 

도멘 레셔노는 전체 생산량의 10% 안팎 정도로 화이트 와인도 만든다.

 

'도멘 레셔노 부르고뉴 오뜨 코트 드 뉘 블랑 2022'는 평균 수령 25년의 샤르도네로 만들었다. 꽃과 함께 흰 복숭아 같은 과실 아로마가 어우러지며, 점토 석회암 토양을 그대로 반영하듯 긴장감있는 구조와 쌉쌀한 듯한 미네랄이 길게 이어진다. 바로 마시기도, 몇 년간 숙성해서 마시기도 모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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