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R&D로 효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작성
끊임없는 혁신으로 효성을 세계 무대 중심에 세워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거둬들이던 지난 2020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정반대의 선택으로 시장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과 에너지 인프라 패러다임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낸 그는 '위기 속 공격적 투자'라는 역발상 전략으로 미국 멤피스 공장 인수, 초고압변압기 기술 경쟁력 강화, 글로벌 R&D 체계 구축까지 전선을 확장하며 효성을 세계 전력 시장의 기술 리더로 이끌어냈다. 그의 결단은 이제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미래 산업지도를 다시 쓰는 변화의 촉매가 되고 있다.
◆멤피스에서 시작된 '결단의 리더십'
2020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향하던 시기.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며 방어적 경영에 들어갔지만, 효성그룹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 중심에는 조현준 회장이 있었다. 효성중공업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시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은 반대와 우려를 불러온 사건이었다. 투자 리스크, 시장 불확실성, 초기 비용 부담 등 모든 조건이 '멈추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오히려 이 시점을 기회로 봤다. 그는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의 구조적 확장성과 AI·데이터센터 산업의 급성장이 초래할 장기적 전력 수요 증가를 누구보다 빨리 읽었다. 초고압변압기 분야에서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은 향후 시장 지배력을 넓히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특히 멤피스 공장은 철도·수로와 인접한 200에이커 규모의 대형 부지, 설비 확장성 등 전략적 장점이 다수 존재했다. 조 회장은 이 공장이 효성의 글로벌 전력 사업을 재편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과는 그의 결단을 증명했다. 공장 인수 이후 효성중공업은 1·2·3차 증설을 포함해 총 4,400억 원을 투입하며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2028년까지는 초고압변압기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는 추가 투자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공장, 그리고 북미 최대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765kV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전력기기 '빅4' 기업으로 올라섰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반대를 딛고 결단을 실행으로 옮긴 리더십이 이루어낸 성과다.
◆AI 시대를 읽고 기술과 R&D로 시장을 다시 쓰다
조현준 회장이 누구보다 빨리 읽어낸 변화는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이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초연결 산업이 촉발할 대규모 전력 수요는 기존 전력망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는 효성이 미래 전력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면 공격적 투자와 함께 R&D 중심의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효성중공업의 최근 글로벌 실적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수주고는 약 11조 원으로 전년 대비 52%나 늘었다. 북미뿐 아니라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까지 모든 지역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GIS, HVDC 장비 수주가 빠르게 확대됐다. 기술에 대한 신뢰가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조 회장이 추진한 R&D 투자 강화는 효성을 기술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동력이 됐다. 2023년 네덜란드 아른험에 유럽 R&D 센터를 설립하면서 효성의 기술 개발 체계는 글로벌 확장 단계에 들어섰다. 이곳은 친환경 전력기기, 고효율 변압기, 차세대 GIS, HVDC 등 미래 전력 기술의 표준을 만드는 연구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럽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투자 사례는 HVDC 국산화 프로젝트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HVDC 개발을 직접 지시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시 실적 악화 속에서도 그는 7년간 1,000억 원의 연구개발비 투입을 승인했다. 단일 기술을 위해 1,000억 원을 장기간 투자한 사례는 국내 전력기기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그 결과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200MW급 전압형 HVDC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금은 이를 기반으로 2GW급 초대형 HVDC 시스템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AI 시대의 폭발적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따로 존재하는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었다. HVDC 기술 개발과 동시에 창원에 3,300억 원 규모의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R&D 성과가 즉시 생산·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구조적 투자로, 효성의 기술 아키텍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전략적 결정이었다.
친환경 전력기기 기술 역시 R&D가 주도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한국과 유럽 R&D 센터를 연동해 SF를 대체할 수 있는 C4-FN 가스 기반 친환경 GIS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26년 145kV, 2030년 800kV 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전력망 운영기관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솔루션으로, 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조 회장이 기술과 R&D에 쏟아온 투자는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AI·전력 인프라 시대의 산업 구조 변화를 효성이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체질 개선 전략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과 실행력은 효성을 기술 중심의 글로벌 전력 솔루션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유럽 R&D 센터는 미래 전력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글로벌 연구 거점"이라며 "글로벌 전력 시장의 중심지에서 전력 기술의 표준을 함께 만들어 가며 효성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통과 ESG로 조직의 미래를 그리다
조현준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그는 창립 59주년 기념사에서 "소통은 성과를 만드는 일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한 인사관리 차원이 아닌, 성과 창출의 핵심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임원·팀장급을 대상으로 소통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청·공감·명확한 지시·감사의 표현 등 실제 업무에 필요한 대화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조 회장은 "리더들이 먼저 소통해야 조직이 바뀐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 과정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 역시 조 회장이 강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효성은 VOC(Voice of Customer) 체계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시장·고객·경쟁사 정보를 분석하고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교육과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는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은 물론, 글로벌 시장 전략 수립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회장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는 또 하나의 축은 ESG 기반 신사업이다. 효성티앤씨는 리사이클 섬유 '리젠(regen)'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폐의류를 다시 섬유로 만드는 T2T(Textile to Textile) 프로젝트를 통해 순환 패션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폴리케톤'은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는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다양한 글로벌 산업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모두 R&D 기반 기술 혁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효성중공업의 SF-Free 고압차단기 개발 역시 글로벌 전력망의 탄소저감 요구에 부응하는 ESG 기술이다. 기술 경쟁력과 친환경 가치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은 효성이 전력기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소통은 우리가 성과를 내기 위한 일하는 방식 그 자체"라면서 "소통을 통해 우리가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진 팀워크로 진정한 '원 팀'이 될 때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목표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 생년월일: 1968년 1월 16일
- 현 직함: 효성 회장
- 1983년 보성중학교 졸업
- 1987년 美 세인트폴스 고등학교
- 1991년 美 예일대학 정치학과 졸업(Yale University)
- 1996년 日 게이오기주쿠 대학 법학대학원 정치학부 석사
◆경력사항
- 1997년 효성 T&C 경영기획팀 부장
- 1998년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사
- 2000년 효성 전략본부 상무
- 2001년 효성 전략본부 전무
- 2003년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
- 2005년 효성 무역PG장
- 2007년 효성 섬유PG장 겸 무역PG장(사장)
- 2011년 효성 섬유·정보통신PG장 겸 전략본부장(사장)
- 2017~현재 효성 회장 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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