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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환율도, 노후자금도 지켜야 하는 국민연금...서학개미도 '주춤'

환율 1480원 위협에 국민연금까지 동원
고환율 책임론에 투자자들까지 도마 위
증권사에 해외투자 마케팅 중단 지시도

ChatGPT로 생성한 '고환율 방어를 위해 투입된 국민연금과 범인으로 몰린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이미지.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위협하자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을 투입시키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서학개미(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에 이어 국민연금과 수출기업까지 고환율의 '범인'처럼 지목되면서 외환시장 불안을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급등을 특정 주체의 투자 행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환율 방어의 부담이 국민연금으로 쏠리는 구조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주간 동안 2.60원 상승한 1476.3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장중에는 1480원을 넘어서는 등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정부는 고환율을 잡기 위해 국민연금, 대형 증권사, 수출 대기업 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외화지급준비금(외화지준)에 이자를 지급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수급 개선책도 내놓았다.

 

국민연금도 구원투수로 뽑혔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로 예정됐던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한당국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만기도 2026년 말까지로 연장된다. 전략적 환헤지는 국민연금이 미리 예상한 기준보다 환율이 급등할 때 보유한 달러 자산 일부를 매도(환헤지)해 환율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환율을 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은 798조원으로, 국내 외환보유액(620조원)을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 사상 최고 수익률(15%)을 기록한 국민연금은 수익 확대를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자산 배분 계획을 국내주식에 기금의 15.6%, 해외주식에 37.3%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그리고 올해 9월 말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31%로 전년 동기(9.18%) 대비 높은 성적을 보였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처럼 국내 증시가 반등한 경우에는 주식 평가액 급증으로 인해 목표 비중을 빠르게 넘기게 되는데, 비중 조정 과정에서 국내 주식 매도·해외 주식 매수가 더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불려야 하는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를 위해 이용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무책임한 일을 중단하라"며 "정부와 통화당국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우선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흡수해서 환율과 금리 불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환율 '범인 찾기'...환율 급등 두고 책임 공방만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0.44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는 범인 찾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서학개미들은 국민연금보다 먼저 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2019년 410억달러에서 지난해 5308억로 약 1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외화예수금도 11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월 68억1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11월에도 55억2400만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환율 급등은 숫자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국내 증시의 본질적인 문제인 펀더멘털 문제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수급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상승 동력"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환율이 올랐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짚었다.

 

'서학개미 책임론' 논란이 불거지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학개미들이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아서 해외에 투자하는 걸 정부가 문제 삼거나 책임을 돌릴 생각은 전혀 없다"며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이는) 정책들이 가시화되면 환율도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학개미들 역시 환율로 인한 경계심을 점차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달 들어 환율이 1480원까지 치솟자 매수세도 주춤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3주간 서학개미들이 결제한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23억4860만달러로 지난달 같은 기간(약 45억6445만달러)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을 불러 서학개미 대상의 신규 마케팅 활동을 전면 중단하도록 했다. 사실상 기존에 시행해 오던 해외투자 광고도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은 해외주식 거래 부문 시장점유율 상위 4개사인 미래에셋·메리츠·키움·토스증권 대표를 소집해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같은 날 대형 증권사 6곳(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 대표와의 간담회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국은 증권업계의 해외투자 마케팅 경쟁 과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고환율 환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서학개미들의 투자 활동을 부추기지 말라는 암묵적인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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