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이벤트 중단에 정보 채널까지 위축
당국 압박 속 증권사들 일제히 몸 낮추기
혜택은 줄고 투자 환경은 더 불리해졌다는 불만↑
"해외주식 이벤트 때문에 특별히 투자한 것도 아닌데요. 오히려 정보만 줄어드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최근 해외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볼멘 소리다. 고환율 국면에서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주식 마케팅에 제동을 걸자, 증권사들이 일제히 신규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면서다. 투자자들은 "혜택이 줄어든다고 해서 투자 성향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체감상 불리해진 건 개인뿐"이라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 키움증권은 '키움증권 미국주식 톡톡' 채널을 오는 26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채널은 2018년 9월 개설된 이후 약 7년간 운영돼 온 대표 해외주식 정보 창구로, 구독자 3만6000명대 수준의 '서학개미 필수 채널'로 통했다. 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이 단순 이벤트 중단을 넘어, 개인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정보 접근성 축소로까지 번지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벤트가 사라진다고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비용은 올라가고 정보는 줄었다"는 억울함이 두드러진다. 투자관련 오픈 채팅방에는 "환율이 높아서 투자 못 하는 것이지 이벤트 탓이 아니다", "쿠폰·우대가 없어져 손해는 개인이 본다", "정보 채널까지 닫히면 뭘 보고 판단하나" 같은 반응이 잇따른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개인에게 남아 있는데, 거래 환경만 불리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당국 기조에 맞춰 해외주식 관련 프로모션을 사실상 정리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신규 고객에게 제공하던 '투자 지원금' 이벤트를 종료했고, 토스증권도 거래 수수료 캐시백 혜택을 조기 마감했다. 유진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타사 해외주식 입고 시 현금을 지급하던 이벤트를 멈추고, 미래에셋증권도 해외주식 관련 프로모션을 일시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당국의 현장 점검이 '신호'로 작동했다고 본다.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해외주식 관련 현장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업권에서는 특별한 위법이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는 분위기고 실제로 드러난 문제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서학개미 증가 흐름이 계속될 경우, 보여주기식이라도 해외거래 규모가 큰 증권사부터 순차적으로 현장검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문제가 없더라도 '점검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배경에는 고환율 국면이 깔려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해외주식 거래 비중이 큰 증권사들을 잇달아 불러 마케팅 관행을 점검했고, 지난 18일에는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토스증권 등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고환율 상황에서 공격적인 해외투자 마케팅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헸다. 이들 증권사는 해외주식 거래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들이다. 이후 업계 전반으로 '신규 이벤트·광고 중단' 기조가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증권사 내부에서는 이번 흐름을 마냥 부담으로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일부 존재한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혜택은 줄어드는데 투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환율이 잡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불만을 키운다.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소비자 체감만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