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을 보다가 파스타 소스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8300원이던 제품이 1만3900원까지 올라 있었다. 계산기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단순한 인상이라고 보기엔 폭이 컸다. 체감으로는 가격이 '뛰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불과 몇 개월 사이 67% 상승. 숫자를 따지기 전에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11월 기준 전년 대비 상승률은 2.4%다. 지난 8월 1.7%에서 9월 2.1%로 오른 뒤, 두 달 연속 2.4% 수준을 유지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2024년 7월(2.6%)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다.
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체감은 더 분명해진다. 요리에 빠지지 않는 마늘 가격은 전년 대비 10.6% 올랐고, 각종 양념소스도 12.1% 상승했다. 달걀 가격 역시 7.3% 뛰었다.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도 물가 부담이 줄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가격 인상이 한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원가 부담을 이유로 인상된 가격은 어느새 '정상화'라는 이름을 달고 굳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르는 구간만 빠르게 지나가고, 내려오는 구간은 체감하기 어렵다.
최근 여러기관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최대 2.1% 까지 전망했다. 민간소비 회복이 그 근거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현실에서도 체감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소비의 중심에 있는 가계가 느끼는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지갑을 쉽게 열기는 어렵다.
특히 생활물가는 소비 심리를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성장률 전망 수치가 아무리 좋아져도, 장바구니 물가가 내려오지 않는 한 체감 경기가 나아졌다고 느끼기는 힘들다. 소비가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다'는 가격 신호가 먼저 필요하다.
결국 성장과 소비 회복을 말하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은 생활물가다. 파스타 소스 가격표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민간소비 회복은 전망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체감되지 않는 성장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생활물가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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