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원에 회생안 제출…알짜 '익스프레스' 먼저 팔아 급한 불 끈다
"대형마트 규제 탓" vs "투기자본 먹튀"…양대 노총, 위기 원인 두고 '대립'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 고갈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홈플러스가 29일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 당장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파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 유통업계 양대 노조가 정면 충돌하며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측은 이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안은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를 떼어내 우선 매각하고, 확보된 자금으로 채권을 변제한 뒤 남은 대형마트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하루 전인 28일 일산점과 가양점을 포함한 5개 점포가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았다. 정치권 반대와 지역 사회 우려에도 불구하고 폐점을 강행한 것은 그만큼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방증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기료 등 공과금 체납은 물론 직원 급여를 분할 지급해야 할 정도로 현금 흐름이 막혀 있다. 경영진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만이 영업 중단을 막을 방법이라 보고 있다. 노조 측도 최근 한 발 물러서며 구조조정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297개 점포를 보유한 SSM 시장 3위 사업자로 점포 중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인수 시 퀵커머스 등 즉시배송에 용이해지는 만큼 여러 업체가 인수 후보로 꼽힌다. GS더프레시,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기존 업계 사업자들 간 매출 규모와 점포 수가 엇비슷한 상황에서 업계 3위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이커머스 입장에선 도심 내 물류 거점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업자가 탐낼 알짜 매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쪼개기 매각이 홈플러스 전체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 캐시카우인 익스프레스가 빠져나간 뒤 남게 될 대형마트 본체는 경쟁력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에도 약 8000억원에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 매각을 시도한 바 있지만 노조 반발로 인해 무산됐다.
홈플러스의 위기가 심화되자 노동계 내부에서도 사태의 책임과 해법을 둘러싼 이념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위기는 지난 13년간 지속된 대형마트 규제가 만든 결과"라며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이 비대해지는 동안 오프라인 마트는 고사했다"고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즉각 반박하며 "홈플러스 사태의 주범은 자산을 쪼개 팔며 이익만 챙긴 투기자본(MBK파트너스)"이라며 "노조가 사용자 논리를 대변해서는 안 되며,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배를 탄 유통 노동자들이 '규제 탓'과 '투기자본 탓'으로 갈라져 다투는 형국이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뒤 9개월 째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비 입찰에서 인공지능 업체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사 스노마드가 이름을 올렸지만, 본 입찰에선 철수한 상황이다. 농협은 여러 차례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부채만 2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직접 고용한 인원만 2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홈플러스 인수를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