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에 북미 대형 공급 계약 해지 잇따라
LG엔솔·SK온, 합작 구조 조정하며 해외 투자 전략 재검토
중국 LFP 공세 속 가격 경쟁력·사업성 부담 지속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 속에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프로젝트 축소·조정과 대형 장기 공급 계약 해지가 잇따르자 합작법인 구조 변경, 자산 매각 등 투자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수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사업 구조를 손질하며 생존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과 체결한 전기차용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 해지를 연이어 공시했다. 이달 17일 미국 포드와 맺었던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 파기를 알린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와 체결했던 3조9217억원 규모의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달에만 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주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이번 FBPS 계약 해지는 해당 기업의 배터리 사업 철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FBPS는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모듈을 공급받아 팩으로 조립한 뒤 북미 상용차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를 공급받더라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환경이 현실화되면서 일부 완성차·부품 업체들은 전기차 프로젝트 자체를 접는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자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GM의 전기차 사업 축소로 GM과의 배터리 합작을 정리하기로 하고, 합작법인인 미국 얼티엄셀즈 3공장을 인수해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일본 혼다와 설립한 북미 합작사 'L-H 배터리'의 공장 건물과 관련 자산을 약 4조2000억원에 혼다 미국법인에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GM과 포드 등 주요 고객사의 배터리 수요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판로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장기 불황에 대비할 재원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SK온 역시 북미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각자도생 체제로 전환했다. 이달 11일 포드와 공동 운영해 온 '블루오벌SK' 합작 구조를 종료하고 생산 시설을 분리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켄터키 1·2공장은 포드가,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각각 맡는 방식이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거점으로 포드 외 다양한 고객사 유치에 나서는 한편 전기차 중심이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서 배터리 사업 재편과 함께 ESS 사업 확대를 병행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경쟁 구도와 사업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은 ESS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 대비 약 25% 수준에 그친 데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호가 높아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와 ESS 양쪽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자동차용 배터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SS용 LFP는 이제 막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자동차용 LFP는 아직 시장 진입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LFP를 직접 생산하더라도 중국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기업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지 않으면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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