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교육감 정근식)이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의결에 대해 재의요구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지난달 16일 제333회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해 학생·교사와 함께 재의요구 입장을 밝히고, 폐지 효력을 다투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과 제도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제333회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학생인권 조례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으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인권 보호 공백과 법적 문제를 우려해 재의요구에 나섰다.
정근식 교육감은 "이번 폐지조례안은 학생의 인권 보호 체계를 전면 폐지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 보장 의무에 반한다"라며 "국제인권규범의 취지를 훼손하고 공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위법한 조례안"이라고 말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1항에 따라 교육감이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재의요구의 구체적 사유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학생 기본권 보호 체계를 전면적으로 해체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과된 기본권 보장 의무에 반하는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조례 차원에서 모두 없애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보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말했다.
폐지조례안이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 등 기존 행정기구를 함께 폐지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교육감의 고유 권한인 조직편성권과 교육행정기구 설치권을 침해하는 상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육감은 "지방자치법 제28조가 정한 조례 제정의 한계를 넘어선 조치"라며 "대법원 역시 지방의회가 조례로 설치된 행정기구를 임의로 폐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반복해 왔다"며 근거로 들었다.
조례 폐지로 학생 인권 보호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했다. 정 교육감은 "조례 폐지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에서 규정한 학생 인권 보장 의무의 이행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이 수행해 온 권리 구제와 보호 기능을 훼손해 학생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공적 기능을 사실상 소멸시키는 공익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의회가 폐지 사유로 제시한 지방자치법과 행정규제기본법 위반, 표현과 종교의 자유 및 부모의 교육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부족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주장은 학생인권조례의 정당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반복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기초학력 저하나 교권 침해, 성별정체성 논란을 초래한다는 주장 역시 학술적·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라며 "서울시의회 사무처의 검토·심사 보고에서도 실질적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특히 지난해 6월 서울시의회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 발의로 의결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해 대법원이 효력을 정지하고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의회가 주민청구 조례안을 상정해 동일한 내용을 다시 폐지한 점을 중대한 문제로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과 사법적 판단을 잠탈하는 위법적 조치라는 것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동일한 조례에 대한 반복적인 폐지 시도로 소송과 행정 절차가 중복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학교 현장에도 큰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날 재의요구 입장 표명에는 정 교육감을 비롯해 학생과 교사들도 함께 참여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상호 존중 속에서 인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교육공동체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근식 교육감은 "학생인권 조례는 학생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온 최소한의 제도"라며 "교육 회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일방적이고 반복적으로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교육에 대한 정치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학생인권조례 폐지 효력을 정지시킨 대법원 결정을 훼손한 시의회 의결의 위법성을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은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권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훼손하고 교육공동체에 상처를 주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권 보호와 학생인권 보장은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관련 입법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도 그 필요성을 담은 공식 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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