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비중 1% 안팎·인프라 정상화 ‘수년’
국제유가가 베네수엘라발 정치 리스크에 일시적으로 반응했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과 수급 판을 흔들 구조적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6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19달러(2.04%) 내린 배럴당 57.13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1.06달러(1.72%) 하락한 배럴당 60.7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베네수엘라 정국 불확실성으로 상승했던 유가는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한 것이다.
이 같은 단기 변동성에 대해 국내 정유업계는 국가 차원의 비축유 체계와 조달 구조를 통해 완충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에 따른 비축유는 국가가 관리하고 있으며, 정유사들은 특정 산지나 원유 등급에 의존하지 않고 중질·경질유를 병행 조달하는 방식으로 단기 수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 변수 역시 정유사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베네수엘라산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의 미국 반입 계획은 신규 증산이 아니라 제재로 묶여 있던 기존 재고를 이동시키는 성격에 가깝다. 이에 따라 글로벌 원유 공급 총량을 늘리는 조치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베네수엘라 자체의 공급 여력도 제한적이다. 매장량은 3000억 배럴 이상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미만으로 글로벌 공급의 약 1%에 그친다. 국내 정유사들이 사용하는 원유 조달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없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공급 관리 측면에서도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공급 조절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베네수엘라 변수로 글로벌 수급 질서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공습에 따른 단기 상승 압력은 가능하지만 OPEC+의 공급 안정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를 고려하면 중기 유가는 55~65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도 베네수엘라가 정유사 원유 조달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은 정치·경제 실패와 인프라 붕괴, 대외 제재가 겹치며 장기간 위축돼 왔으며 정권 교체나 미국 개입이 이뤄지더라도 생산·수송·저장 설비를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향후 10년간 매년 1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병준 한국폴리텍대 석유화학공정과학과 교수는 "베네수엘라 이슈가 원유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며 "미국이 원유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발 물량의 '길목'을 통제해 시장에 불안 요인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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