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은 닌텐도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등 세계적 게임 기업의 본거지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른바 '게임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일본 게임 시장은 글로벌 산업 내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게임 시장이 2033년까지 약 600억 달러(약 87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콘솔과 IP 중심의 전통 강자 구조 위에 모바일과 PC 플랫폼이 공존하는 시장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11일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러한 환경을 감안해 일본을 글로벌 확장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설정했다. 2024년 10월 도쿄에 일본 오피스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법인 운영에 돌입했다. 일본 법인은 일본 시장에 특화된 사업 전략 수립과 함께 중장기 글로벌 서비스 확대를 뒷받침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맡는다.
스마일게이트 일본 사업을 총괄하는 이원규 이사는 일본 법인 설립 배경에 대해 "일본은 세계 3위 규모의 게임 시장으로, 글로벌 확장을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할 핵심 지역"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산업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아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중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일본 법인을 전략 실행 조직, 이른바 별동대 성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이사는 "일본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와 돌발 상황이 많다"며 "현지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조율해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일본 법인의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일본 게임 시장의 특징으로는 문화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사업전략기획실 이규하 실장은 "일본 게이머들은 승부나 효율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른바 '오시 문화'가 소비 패턴과 취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토리와 감정선을 중시하는 내러티브 중심의 소비 성향 역시 일본 시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감정 공유 문화도 일본 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 실장은 "평소에는 비교적 내성적인 편이지만, 감정이 움직이는 순간에는 SNS를 통해 감동이나 분노, 사건을 빠르게 공유하며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반응 구조가 흥행과 마케팅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모바일 게임이 여전히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PC 플랫폼의 성장세도 뚜렷해졌다. 일본 게임사들 역시 내수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실장은 "이 과정에서 중국 게임사들이 높은 완성도와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경쟁 환경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일게이트 일본 법인은 이러한 시장 환경을 반영해 신작 게임의 기획·개발 단계부터 본사 사업부와 협업하고 있다. 이원규 이사는 "일본 시장에서 확보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기획 단계부터 관련 사업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현지 광고·마케팅 환경 분석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IP 홀더와의 협업이나 신규 컬래버레이션 발굴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한국 본사와의 협업도 밀착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규하 실장은 "매월 1회 정기적으로 본사를 방문해 직접 소통하고 있으며, 화상회의와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며 "최근에는 프로젝트 논의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위해 본사 인력이 일본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략의 성과는 도쿄 게임쇼 참가를 통해 가시화됐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도쿄 게임쇼에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공개했다. 이원규 이사는 "당시 일본 현지에서 스마일게이트 그룹과 프로젝트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형 게임쇼를 통해 그룹과 신작의 브랜딩을 동시에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시연존이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냈고, 유저들은 튜토리얼과 캐릭터 설명을 꼼꼼히 확인하며 게임 세계관에 깊이 빠져드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시'는 LED 타워를 활용한 전시 연출과 체험 중심 설계로 주목을 받았고, 관련 영상이 현지 SNS에서 수백만 회 이상 조회되며 바이럴 효과를 냈다. 현지 미디어와 마케팅 업계의 문의도 이어졌다.
스마일게이트는 도쿄 게임쇼를 계기로 일본 시장에서 그룹과 신작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원규 이사는 "향후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 스마일게이트가 유니크한 게임성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사라는 인식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스토브 플랫폼 성장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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