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피지컬 AI는 개념 검증과 시범 적용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수익 창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성패가 갈리는 분기점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성숙도보다 중요한 변수는 경제성과 규제,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이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자동화의 보조 수단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구조와 산업 경쟁력을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 센서, 기계 장치와 결합해 실제 물리 공간에서 인식·판단·행동을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과 구분된다.
그동안 AI 산업의 중심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디지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가 현실 세계로 내려오면서 피지컬 AI가 차세대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제조 기업이 로봇과 AI 결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이다.
엔비디아는 로봇용 AI 플랫폼 '아이작'을 통해 물리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실제 공장에 투입해 현장 검증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물류센터 전반에 AI 기반 로봇을 배치해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피지컬 AI는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제한적이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산업별 격차는 여전히 크다.
◆가장 빠른 확산 영역은 제조·물류
13일 IT업계에 따르면 현재 피지컬 AI가 가장 빠르게 자리 잡는 분야는 제조와 물류다. 반복 작업 비중이 높고 작업 환경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어 AI 판단과 로봇 제어의 결합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협동 로봇과 AI 비전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라인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피지컬 AI는 작업 속도 조절, 오류 감지, 위험 상황 회피 역할을 맡는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현장에서 상황에 대응하는 '현장 대응형 자동화'에 가깝다.
물류 분야의 변화도 빠르다. 물품 분류, 이송, 적재 과정에 AI 로봇이 투입되며 인력 의존도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물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물류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이들 산업에서 피지컬 AI 도입의 경제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인건비 절감, 작업 속도 개선, 사고 감소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다. 올해 기준으로 제조·물류 분야는 피지컬 AI가 '기술 투자'가 아닌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비스·일상 영역은 여전히 '조건부'
반면 서비스와 일상 영역에서의 피지컬 AI 확산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병원, 요양시설, 가정용 로봇 등은 기술 완성도 외에도 안전성, 신뢰성, 사회적 수용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조하는 로봇이나 요양시설에서 활용되는 돌봄 로봇은 작은 오류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용화 이전에 장기간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비용 부담 역시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가정용 로봇의 경우 기술보다 '쓸모'가 관건이다. 단순 기능만으로는 가격 대비 효용을 설득하기 어렵고, 인간의 생활 방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설계가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서비스·일상 영역의 본격 확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의 현실, 기술은 있으나 시장은 아직
국내 상황도 글로벌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과 일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공장 자동화와 물류 로봇 도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서비스형 피지컬 AI는 여전히 실증 사업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로봇·AI 융합 실증 사업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확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민간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증은 늘었지만, 시장 형성으로 직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도입 비용과 유지 관리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성능을 개선하기 어려워, 하드웨어 교체와 유지 관리 비용이 함께 발생한다는 점도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단기 확산은 '보조 수단', 중장기는 '구조 변화'
전문가들은 피지컬 AI 확산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와 내년을 기준으로 단기 확산은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위험 작업, 반복 작업, 고강도 노동을 중심으로 제한적 확산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피지컬 AI는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제조, 건설, 물류 분야에서 그 영향력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산업이 동시에 변화하는 방식은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명확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확산되는 '점진적 침투'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성과 사회적 합의'
결국 피지컬 AI 확산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비용 절감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맞물릴 때 확산 속도는 빨라진다. 기술은 이미 가능성의 영역을 넘어 현실에 들어왔지만, 모든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남아 있다.
피지컬 AI는 단번에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기보다, 가능한 곳부터 조용히 스며드는 기술에 가깝다. 확산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한 번 자리 잡은 영역에서는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 피지컬 AI의 관전 포인트는 기술 진보가 아니라, 어디까지 사람이 내려놓을 준비가 됐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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