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수요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간은 '성장'이 아닌 '버티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V 중심 사업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체 시장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어느 쪽도 단기간에 실적을 떠받칠 만큼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이 같은 국내 업체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CATL, BYD 등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동시에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수정과 EV 생산 계획 조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대규모 공급 계약 취소와 집행 축소가 잇따르며 한때 성장 산업의 상징이던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올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업계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 시점을 2027년 전후로 보고 있다. EV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단기간 반등보다는 체력 유지가 우선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전략도 공격에서 방어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증설 계획은 축소되거나 연기됐고, 일부 기업은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설비 투자와 신규 사업보다는 현금 흐름 관리와 고정비 통제가 우선되는 분위기다. '언제 다시 성장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왔다.
대체 시장으로 거론되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기대만큼 빠른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글로벌 설치 용량은 늘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터리 셀 수요 역시 급격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V 부진을 단번에 상쇄할 만큼의 규모와 속도를 갖추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의 배터리 산업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는 잠시 접어두고,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늦추며 다음 사이클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견디느냐가 중요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기차에 대한 보급 확대는 물론 재생 에너지 육성에 발빠른 행보가 요구된다. 특히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을 손 놓고 방관자로 머물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국내업체의 육성에 도움이 되도록 행정당국의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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