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한국산 제품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하자 유관 상임위를 중심으로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여당은 한미통상합의에 따른 대미투자특별법이 정상적인 국회 심의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관세 재인상 조치가 의아하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한미통상협상 전 과정을 소상히 밝히라며 정쟁화하려는 모습이다.
◆與 재경위 간사 "정상적 입법 절차 중"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정부와 설 민생 현안을 두고 당정협의를 예정했지만, 관세 재인상 사태에 정부로부터 관련한 보고도 함께 들었다.
정태호 재경위 여당 간사는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관세 재인상의 배경을 두고 "우리나라에서 한미투자특별법이 빨리 통과되지 않는 것을 이유로 드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우리는 정상적으로 법안 발의와 심의 절차를 거쳐가고 있다. 작년 11월말에 특별법이 발의됐고 12월에 개인 발의로 법안이 4건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월 재경위 차원에서 법안 심의에 들어가는데, 인사청문회 때문에 법안심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작년 12월은 세법 개정안을 집중 심의하는 달이어서 12월과 1월은 일종의 숙려기간이었다"면서 "2월 달에 특별법을 심의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부연했다.
정 간사는 "정부도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김병기 의원안)을 2월달에 상정해서 통과해달라는 요청이 오늘 보고서에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무관하게 국회는 정부가 2월달 심의·상정을 요청하고 있고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국회가 해당 법안을 의도적으로 지체하고 있다는 지적은 국회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 한데에서 온 것 아닌가"라며 "실제로 발표가 있기 전에 (미국 측에서) 실무적으로 외교 라인을 통해서 빨리 통과시켜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왜 그렇게 발표했는지 저희들도 궁금하다"고 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배경훈 과기부 장관을 수신인으로, 외교부·산업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을 수신 참고인으로 하는 무역 합의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재경위 소속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한미통상합의에 따라 체결한 양해각서에도 "양국이 각 국의 법률을 통해서 준수하고 진행한다"라고 돼 있음을 강조하며 국회 비준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재 국회 재경위에 제출된 특별법과 개별 의원이 발의한 안을 병합 심사해 조속히 통과하면 한미간 효력을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野 "협의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라"…상임위 전체회의 소집 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국산 자동차·의약품·목재 등에 대한 관세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여당을 신속히 만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며 "대미통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가 그토록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했던 한미관세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체결된 한미관세협상은 분명히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시점에 관세가 소급 인하되기로 설계돼 있다"며 "그런데 국회 비준 시한에 대한 명확한 합의 사안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관세 인상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취약구조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문제는 반드시 국회의 검증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은 '발목잡기'로 매도해 왔다"며 "합리적인 우려와 경고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느긋한 모습만 보여 왔다. 오늘의 사태는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작년 한미 관세협상 이후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과 어떠한 논의가 오갔는지, 국민들께 숨기고 있는 협의 과정이나 내용이 있는지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그리고 앞으로 국회의 정상적인 검증과 협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외통위는 28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소집해 관세 재인상과 관련한 현안질의를 열 예정이다.
산자위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캐나다·미국 출장이 끝나는 대로 전체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이날 오후 문신학 산업부 1차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 특별법 처리 지연이 관세 재인상의 이유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한미관세협상이라든가 대미투자에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정당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식이 다를 뿐이지, 대미 투자와 관세 협상에 대해서 모두가 수용하고 용인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 측이 한국 입법 절차에 대해서 미국과 문화가 달라서 이해가 덜 되지 않았나 생각했고, 통상 빨리 진행해도 6~7개월 이상 소요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도 6개월이 넘게 걸린다. 이 부분에 대해서 미국 측에 정부가 설명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여 본부장이 다보스포럼에서 미 무역대표부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미 의회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한국 국회에서 입법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 어떤 불평도 나온 적 없었다고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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