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5000, 외국인이 방향 만들고 개인이 속도 키워
예탁금 96조·신용융자 29조…과열 논란 여전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 뚜렷, 코스피6000·7000의 관건은 실적 확산 여부
"반짝 오천피(코스피 5000) 아냐? 떨어지면 아플 듯", "조정 올까? 육·칠천피 가기 전에 그냥 사?", "돈은 넣어 뒀는데 어떤 종목 사야돼?"
코스피가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5000선 고지를 넘어서자 쏟아지는 질문들이다. '오천피'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국인 자금, 개인 대기자금, 기업 실적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며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오천피 다음'을 궁금해한다. 메트로경제는 '오천피 시대'에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본부장 11명의 의견과 학계 전문가의 분석과 전망을 종합했다.
◆오천피=외국인이 만든 방향+개인 가세
이번 코스피 5000 돌파의 출발점에 대해 리서치센터장들의 시각은 비교적 명확했다. 외국인 수급이 방향을 만들고, 개인 자금이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평가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은 환율이나 정책 이벤트에 반응한 단기 매수라기보다, 이익 가시성이 확인된 이후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이 방향성을 먼저 만들었고,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지수와 ETF를 통해 추세에 올라탔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상승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당순이익(EPS) 상향"이라며 "외국인은 가격을 밀어 올린 주체라기보다, 실적이 확인된 뒤 합리적인 가격에 들어온 투자자"라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 수급을 둘러싼 기대가 앞서 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WGBI 편입이 이뤄질 경우 자금 유입 기대에 따른 심리적 환율 안정 효과는 일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유입 자금의 대부분이 패시브 성격이고 환헤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오천피 시대 개인 투자자의 역할은 '방향 설정'보다는 '속도 강화'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방향을 잡은 뒤 개인 자금이 유입되며 지수 상승 탄력이 커졌다"며 "상승장의 체감 강도는 개인 수급에서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사상 최대 대기자금과 빚투…과열 신호VS상승 저력
지수 상승과 함께 시장 내부 자금 지표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는 모두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증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현재 시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0조2826억원으로 집계되며 100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80조원대 후반에서 출발해 새해 들어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빚투' 역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27조원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빠르게 증가하며 29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을 두고 시장의 해석은 엇갈린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정 시 유입될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과열로 단정하기보다는 상승 에너지가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자금 유입이 지수 상승을 뒤따르는 형태"라며 "과거 고점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융자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신호"라며 "조정이 나타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대기자금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금이 레버리지 형태로 얼마나 유입되고 있는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스피 5000 이후의 조정 가능성이 곧 상승 추세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는 의견이 비교적 모인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확산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과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과거 유동성 중심 랠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승 속도에 대한 경계는 여전하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조정 자체를 추세 훼손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단기 고점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진우 센터장은 "상승과 조정이 반복되는 국면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계의 시각은 보다 보수적이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주가가 실물경제와 기업 이익 증가 속도를 앞서 나간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기대가 아니라 실적이 이를 따라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지수가 빠르게 오른 만큼, 가장 현실적인 조정 트리거는 물가 재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라며 "현재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완화적 금융 환경이 흔들릴 경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의 중장기 추가 상승 여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실적과 경쟁력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기업도 여전히 많다"며 "이런 기업 비중이 높은 한 지수 전체가 과거처럼 일괄적으로 레벨업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주도는 분명…6000·7000의 관건은 실적 확산
이번 상승장의 주도주에 대해서는 의견이 비교적 분명하다. 올해도 여전히 반도체가 중심이라는 데 센터장들 사이에 큰 이견은 없었다. 윤석모 센터장은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업황 회복이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본부장도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전환 국면에서 이익 체력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이후를 두고는 업종 확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이후 국면에서는 지수 전반보다는 이익 가시성이 확보된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상승장의 폭보다 질을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반도체가 상승랠리를 지속하는 가운데 조선, 방산, 원전, 로봇 등을 중심으로 순환매 지속되고 MASGA, 전쟁, 전력, 피지컬 AI 등이 상승 재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 역시 이번 상승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다만 정책 효과를 지수 상승의 직접적인 동력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창용 센터장은 "국장 복귀 계좌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 등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재료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센터장도 "제도 변화는 시장 체질을 바꾸는 요인이지, 곧바로 수급을 폭발시키는 이벤트는 아니다"라며 "결국 정책 효과 역시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업과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영익 교수는 "코스피 6000·7000이라는 숫자를 논하기에 앞서, 현재 지수 수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익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수가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기업 비중이 줄고, 경쟁력 있는 기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용 교수도 "고점 이후 지수를 지탱하는 힘은 유동성이 아니라 실적과 금리 환경"이라며 "완화적 금융 환경이 흔들릴 경우 고지대 지수는 과거보다 더 큰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시장은 지수 상승보다 실적으로 검증되는 기업을 얼마나 선별해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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