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는 끝났다" 컬리가 지난해 창사 9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며, 김슬아 대표가 내던진 승부수가 옳았음을 입증했다. 만년 적자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뷰티와 오프라인 등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며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향한 청신호를 켠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로 인한 지배구조 우려,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노동 규제, 그리고 유동성을 압박하는 정산 주기 단축까지. 2026년 컬리가 진정한 유통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파고를 짚어봤다.
◆ 지분율 5.69%... 경영권 방어와 오너십의 딜레마
가장 먼저 거론되는 리스크는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다. 이는 컬리가 향후 IPO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거버넌스(지배구조) 차원의 숙제로 꼽힌다. 현재 김 대표의 컬리 지분율은 5%대(2026년 기준 약 5.69% 추정) 수준이다. 반면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세콰이어캐피탈, DST글로벌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회사의 주인이 된 구조다.
향후 상장 과정에서 경영 안정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공모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면 김 대표의 지분율은 현재보다 더욱 희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차등의결권(주당 29배 의결권)을 통해 10% 안팎 지분으로도 강력한 오너십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한국 증시에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요구가 거세질 경우를 우려한다. 김 대표가 자신의 경영 철학인 '품질 우선주의'를 흔들림 없이 고수하기 위해서는 우호 지분 확보 등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없이는 장기적인 비전 달성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 정치권 '야간노동 규제'...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적 위협
외부 환경의 변화도 컬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재점화된 '야간노동 규제' 논의는 새벽배송 업계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간노동 시간을 주 46~50시간으로 제한하고, 심야 배송을 규제하는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컬리의 핵심 경쟁력인 '샛별배송'이 심야 시간대 물류 작업에 절대적으로 기반한다는 점이다. 쿠팡의 경우 주간 배송 비중이 높고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고도화되어 있어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특화된 컬리의 경우 규제 도입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심야 할증 임금 부담이 커지거나 인력 운용에 제약이 생길 경우, 갓 흑자 기조에 안착한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뷰티와 상온 상품 비중을 늘리며 배송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공정위 '정산 주기 단축' 압박... 유동성 관리 '발등의 불'
설상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금 정산 주기 단축' 규제는 컬리의 자금 운용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유통업체의 직매입 거래 대금 정산 기한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대폭 단축하는 법 개정을 예고했다. 그동안 긴 정산 주기를 활용해 운전자본을 확보해 온 컬리에게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컬리의 평균 대금 지급일은 54.6일로, 유통업계 평균(27.8일)보다 두 배 가까이 길다. 법정 상한선(60일)을 꽉 채워 자금을 운용해 온 셈이다. 당장 지급 주기를 20일 이상 앞당겨야 하는 상황에서, 컬리의 재무 상태표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컬리의 매입채무는 약 2470억 원에 달하는 반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209억원 수준이다. 갚아야 할 외상값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보다 많은 상황에서 정산 주기가 짧아지면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대표가 상장을 앞두고 재무 건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에, 유동성 압박이라는 새로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 2026년, '생존' 넘어 '도약'의 갈림길
IPO 재도전을 꿈꾸는 컬리에게 2026년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확실한 도약을 증명해야 하는 해다. 김 대표 앞에는 '지배구조 안정화', '규제 리스크 대응', 그리고 '유동성 관리'라는 복합적인 과제가 놓여 있다.
시장은 컬리가 '상장'이라는 이벤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어떠한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벽배송의 시대를 열었던 '혁신의 아이콘' 김슬아 대표가 이러한 3중고를 지혜롭게 풀어내고, 컬리를 명실상부한 '유통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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