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호조와 대기업의 파격 보상 체계가 맞물리면서 입시 지형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액 연봉과 대규모 성과급이 현실화되자 최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서 의대 대신 반도체 계약학과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한 초과이익분배금(PS)을 한도 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은 연봉의 1.5배에 달하는 추가 보상을 받게 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올해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면서 내년 성과급 역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기업 이공계 직군 보상이 전문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보상 구조 변화는 입시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반도체 대기업과 연계된 계약학과 6곳의 모집 인원은 250명인데, 지원자는 551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2.1대1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모집 인원과 지원자 수가 모두 늘었다. 졸업 후 해당 기업 취업이 연계된 구조가 안정적인 진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관련 학과 3곳의 수시 경쟁률은 31대1까지 치솟았다. 모집 정원이 늘었는데도 지원자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정시에서도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은 평균 14.7대1로 전년도보다 상승했다.
반면 의·약학 계열 지원 열기는 다소 주춤한 흐름이다. 최근 수시 지원자는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정시 지원자 역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지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입시 성적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주요 대학 반도체학과의 정시 합격선은 자연계열 평균을 크게 웃돌고, 약학 계열과의 점수 격차도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다. 의예과를 제외하면 공대 계열 가운데 최상위권 점수를 형성한 사례도 나왔다.
교육계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처우 상승이 진로 인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의대가 최상위권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다면, 최근에는 대기업 계약학과와 반도체 전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득 전문직과 첨단 산업 엔지니어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입시판의 무게추가 어디로 더 기울지는 수험생 선택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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