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하모씨는 "3월이 시작하자마자 '검은 화요일(3일)'에 이어 '검은 수요일(4일)'까지 투자금 수천만원이 이틀 새 날아갔다"며 "한반도에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허무하게 손실을 보니 역시 국장(한국 주식시장)에는 투자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도박장 같다"고 말했다.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후폭풍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코스피는 5090선대에서 턱걸이 했고, 원·달러 환율은 10.1원 치솟으며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추락했다. '검은 화요일'을 뛰어넘는 '검은 수요일'이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6% 하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2.64% 하럭했다. 하루치 하락률로는 2001년 9월 12일(-12.02%) 이후 최대 하락률이며, 지수 낙폭(698.37포인트)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그야말로 국내 증시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장초반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낙폭이 커지자 양쪽 시장에 모두 서킷 브레이커(1단계)가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의 서킷 브레이커는 1998년 도입 이후 7번째, 코스닥은 2001년 10월 이후 역대 11번째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0.43(27.71%)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지수는 978.44(-14%)까지 떨어졌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1.74% 하락하며 17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국내 증시에서 135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9.58% 급락했다. 현대차는 15.80% 급락한 50만1000원,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61% 하락한 132먼3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440조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87조원이 날아갔다.
이날 기관은 5888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377억원, 797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초토화'됐다. 일본 닛케이225와 대만의 가권(자취안)지수는 각각 3.61%, 4.35%씩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중동발 여진에 무너져 내렸다.
이는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의 공습으로 폭사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소식에 투자심리각 냉각됐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결사항전을 택했다고 본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부사령관 모하마드 아크바르자데도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한 10척 이상의 유조선이 각종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고 밝혔다.
'검은 금요일'과 '검은 월요일'을 잇따라 겪고 난 시장은 향후 전망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가격결정력은 (바닥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보다 환율·외국인·변동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면서 "환율 고착과 선물매도 재확대가 동반되고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밸류에이션이 하단 구간에 접근해도 하방 테스트가 한 번 더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476.2원에 오전장(오후3시30분)을 마쳤다. 야간거래에서는 달러당 1500원을 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허정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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