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ETF ‘KODEX200’ 도입 주도…한국 ETF 시장 개척한 인물
KINDEX→ACE 리브랜딩 이후 ETF 순자산 3조→30조 확대, 시장 점유율 3위 도약
ETF 경쟁 속 리더십 인정…성과 바탕으로 대표 4연임 성공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며 한국 ETF 시장의 기반을 닦은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취임 이후 ETF 사업을 회사 성장의 핵심 축으로 키워냈다. 리브랜딩과 상품 전략을 통해 ETF 순자산 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리고 운용자산 100조원 돌파를 이끌어낸 점이 이번 연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배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출석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연임을 의결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선임이 확정되면 배 사장은 내년 3월 말까지 회사를 이끌게 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전략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이 ETF 3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 사장의 연임은 시장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ETF 시장 개척한 'ETF 아버지'
배재규 사장은 국내 ETF 시장의 시작을 만든 인물이다. 2002년 국내 최초 ETF인 'KODEX200' 도입을 주도하며 인덱스 투자라는 새로운 투자 방식을 국내 자본시장에 뿌리내리게 했고, 업계에서는 그를 '한국 ETF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1989년 한국종합금융에서 금융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SK증권을 거쳐 자산운용업계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인덱스와 ETF 운용을 담당하며 패시브 투자 전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당시 국내 자본시장에서 ETF는 생소한 투자 구조였다. 인덱스 투자라는 개념 자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배 사장은 ETF 상품 구조 설계와 시장 도입을 주도하며 국내 패시브 투자 시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에서 ETF운용본부 상무와 패시브운용총괄 전무, 운용총괄 부사장 등을 지내며 ETF와 인덱스 운용 전략을 총괄했다. 상품 개발과 운용을 동시에 경험하며 국내 ETF 시장 성장 과정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그의 커리어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됐다.
업계에서는 그를 'ETF의 산증인'으로 평가한다. 국내 ETF 시장이 도입 초기 단계를 지나 지금처럼 투자자들에게 보편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현장에서 이끌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ETF 전문가가 ETF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영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이번 배 대표 선임 배경으로 그의 오랜 업력을 강조한했다. 아울러"장기간 임원으로 재직하며 조직 운영 경험을 쌓았고 자산운용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회사의 성장과 건전경영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실제 배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취임 이후 ETF 사업을 회사 전략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ETF 사업 재정비에 나섰고 브랜드 리브랜딩(현 ACE)과 상품 전략 변화를 통해 ETF 사업을 회사 성장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 이제는 ETF 사업을 통해 자산운용사의 성장 전략을 이끄는 최고경영자로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ACE 리브랜딩…ETF 사업 체질 바꾸다
배 사장이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사업 규모는 크지 않았다. 2022년 초 기준 ETF 순자산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 역시 주요 운용사 대비 낮은 편이었다.
배 사장은 취임 직후 ETF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14년 동안 사용해 온 ETF 브랜드 'KINDEX'를 'ACE'로 전면 변경하며 리브랜딩을 단행한 것이다.
당시 배 대표는 "브랜드명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ETF 사업 전반을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CE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뜻하는 '에이스'의 의미와 함께 '고객 경험 향상(Accelerate Client Experience)'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고객 중심 투자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한 브랜드 전략이었다.
ACE는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전략을 상징하는 변화의 상징이자 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ACE ETF 순자산액은 2022년 초 3조2943억원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30조486억원으로 약 8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의 시장 점유율은 KB자산운용을 제치고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위를 차지하면서 ETF 시장의 '빅3 체제'가 형성됐다.
◆빅테크·반도체·안전자산 ETF 전략
배 사장은 상품 전략에서도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반영한 ETF 상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대표 상품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ETF'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네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TSMC, ASML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또 다른 대표 상품인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ETF'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 대표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다.
이 같은 상품 전략은 서학개미 투자 수요와 맞물리며 자금 유입을 끌어냈다.
또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술주 ETF 성공 이후 금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ETF 상품 영역을 확장했다. 'ACE KRX 금현물 ETF'는 금 투자 열풍 속에서 순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며 ETF 성장의 또 다른 축이 됐다. 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해외 채권형 ETF 가운데 최대 규모 상품으로 성장했다.
연금 시장을 겨냥한 상품 전략도 이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ACE TDF ETF 시리즈'를 상장하며 생애주기형 ETF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당 ETF는 최근 1년 기준 샤프지수 1.63~2.21을 기록하며 동일 빈티지 상품 가운데 상위권 성과를 기록했다. 수익률 역시 14~36% 수준으로 집계됐다. 운용 전략에는 한국 투자자의 소득 구조와 기대수명을 반영한 글라이드패스와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이 적용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향후 AI 기술을 상품 개발과 비즈니스에도 접목해 투자자 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인물에서 ETF 사업 확장의 중심 인물로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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