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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환율 1500원 시대…면세업계, 기준환율 인상에도 '수익성 비상'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모습./인천공항공사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고환율·고유가 여파가 국내 면세업계를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는 기준환율 인상과 K-컬처 마케팅을 병행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신라·현대 등 주요 면세점들은 국산 브랜드 제품에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일제히 상향 조정한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24일부터 국산 브랜드 제품의 달러 판매 가격을 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기존 1400원에서 1450원으로 50원 올린다. 신라면세점, 현대면세점도 25일부터 기준환율을 동일한 폭으로 조정한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 기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백화점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면세점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달러로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기준환율을 올리면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1만4000원짜리 제품은 기준환율 1400원 적용 시 10달러지만, 1450원으로 상향하면 약 9.66달러로 내려간다. 사실상 할인 효과를 통해 고객 이탈을 방어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지 않을 경우 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업계는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준환율 조정을 미뤄왔지만, 최근 환율이 장중 1510원선을 넘어서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다. 면세업은 달러로 상품을 직매입하는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매입 원가가 상승하고, 외상 거래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도 커진다. 매출이 발생해도 이익이 줄어드는 '손익 괴리'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다.

 

실제로 주요 면세점들은 매출과 수익성이 엇갈리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연간 3조원이 넘는 매출에도 수백억 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2조원대 매출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이 일정 비율 상승할 때마다 수십억 원 단위의 손익 감소가 발생하는 구조다.

 

수요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졌다. 과거 매출을 견인하던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이 줄어든 대신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객단가가 하락했다. 대량 구매 대신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에서 체험형 소량 소비를 하는 패턴이 확산된 영향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항공료 부담까지 커지며 여행 수요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도 업계는 'K-컬처'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탄소년단(BTS) 공연 특수다.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BTS 컴백 공연을 전후해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며 외국인 수요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제 공연 기간 동안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9% 증가했고, 신세계면세점도 K-팝 특화 매장 매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BTS 굿즈를 중심으로 유입된 고객이 식품·패션 등 다른 카테고리로 소비를 확장하는 '연쇄 소비' 현상도 나타났다.

 

업계는 이를 단순 이벤트 효과를 넘어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 '저가 쇼핑 채널'에서 '콘텐츠 기반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주요 면세점들은 K-팝 IP, 미디어아트, 체험형 매장 등 차별화 콘텐츠를 강화하며 체류 시간 확대와 고객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은 약화됐지만, K-컬처를 기반으로 한 체험 요소는 여전히 강력한 유인책"이라며 "환율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와 소비 구조 변화를 고려해 가격과 콘텐츠 전략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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