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고 혁신 신약 중심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강공책을 꺼내 들었지만, 제약 업계에서는 신약개발 활성화보다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연구개발(R&D) 축소, 고용 감소, 소비자 부담 가중 등 '제약 산업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의약품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약가제도 개선안이 통과됐다.
복지부는 제약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36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연구 활동과 신약 개발을 이어가는 기업을 중심으로 완충 장치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혁신형 제약 기업'과 '준혁신형 제약 기업'에는 일반 약가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특례 약가를 적용해 우대해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혁신형 기업에는 49%, 준혁신형 기업에는 47%의 약가 산정률을 도입한다. 특례 기간도 혁신형 기업 4년, 준혁신형 기업 3년 등으로 차등 부여한다.
하지만 제약 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현장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했다.
제네릭 의약품은 국내 제약 기업의 주요 매출 창출원인 동시에 신약개발 핵심 재원이다. 제네릭 의약품 사업 주체와 신약개발 주체가 동일한 국내 제약 산업의 특수성에 따라, 이번 약가 인하는 연구개발 투자 여력 약화, 산업 혁신 동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채산성 하락, 의약품 생산 중단 등의 악순환이 예고됐다. 최근 들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원제약의 신경안정제 '대원디아제팜정 2㎎', 명인제약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명인피모짓정 4㎎' 등의 공급 중단 계획이 보고됐다. 두 회사 모두 원료 및 생산 가격 상승과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시장에선 약제비 부담이 발생하는 역설적 상황도 짚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 25호에 따르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2013년 13조2000억원이었던 국내 약제비 규모는 2022년 22조9000억원으로 10년 사이 약 73.5% 급증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품목 과잉 문제도 제기했다. 건강보험 등재 품목 수는 2013년 약 1만4000개에서 2022년 2만5000개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약가 인하와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 품목허가에 집중, 다품종 소량 생산보다는 물량 공세로 박리다매에 나섰다는 평가다.
비대위는 "이번 복지부 결정으로 제약 산업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며 "정부는 국민건강, 보험재정, 산업 경쟁력을 모두 아우르고, 국제 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사후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가동될 민관협의체를 통해 ▲CSO(의약품판촉영업자) 등 유통구조 개선 ▲제네릭 활성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비대위는 저출산, 고령화, 노인 의료비 급증, 건강보험 재정 압박 등 사회적·경제적 고통 분담에 공감하고 있음을 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제약 기업의 수익 구조와 국내외 경제 위기를 반영해 약가 인하 폭의 마지노선을 10%p(포인트) 이내로 제안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 업계 관계자는 "100원짜리 약을 85원으로 깎았더니 마진 이슈로 아예 생산이 중단되고 환자는 대체재로 200원, 500원 등 고가의 수입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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