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SNS ‘중독 책임’ 첫 인정
호주·인니는 금지…유럽은 실험 착수
한국은 입법 공백…표현의 자유 논란 지속
미국 법원이 메타와 구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청소년 중독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SNS 이용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메트로경제 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최근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의 SNS 설계 방식이 청소년의 불안과 우울을 유발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600만 달러(약 90억 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그간 법적 보호 장치 뒤에 가려져 있던 빅테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강력한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트로경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강경한 조치를 취한 국가는 호주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어 오스트리아도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SNS 중독성과 성적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14세 미만 청소년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 중이며, 교육 과정에 '미디어와 민주주의'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음란물, 온라인 사기, 중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을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주요 플랫폼에서 청소년의 신규 가입이 차단됐다.
영국은 전면 금지에 앞서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3~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용 시간 제한, 야간 접속 차단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하는 6주간의 실험을 진행하며, 이를 정책 도입의 근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관련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SNS를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SNS 셧다운' 관련 법안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수년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규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 따르면 성인 1000명 중 73.1%가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접속 차단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다 강도 높은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명숙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현재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 환경을 고려할 때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개인에게 맡기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SNS 중독과 사이버폭력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 이상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했으며, 이 중 23.7%는 SNS를 통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범죄까지 확산되면서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안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규제 일변도의 접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유럽평의회 마이클 오플래허티 인권위원장은 아동 역시 정보 접근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전면적 차단은 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금지 조치를 서두르기보다, 플랫폼 기업이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차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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