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이 세 자릿수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호황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완제품 시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빠르게 전가되며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2일 미국 투자 금융 회사 씨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강력한 데이터 수요에 힘입어 올해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전년 대비 171% , 낸드플래시 가격은 12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낸드플래시 기반의 기업용 SSD 저장장치 수요는 일시적 호황이 아닌 글로벌 경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현상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모듈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반도체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는 반면 완제품 판매 기업에는 원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출시 후 출고가를 인상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해 출시돼 시장에서 판매 중이던 갤럭시 Z폴드7, 갤럭시Z플립7, 갤럭시S25엣지 등 주요 플래그십 모델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용량인 512GB와 1TB 모델을 중심으로 약 10만원~20만원 가량 가격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조정을 두고 제조사들이 더 이상 원가 상승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기능 고도화로 고사양 메모리와 대용량 저장장치 탑재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부담이 본격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노트북 시장에서도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북6'를 출시했는데, 전작 대비 최대 32% 비싼 가격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그램 2026프로 AI모델은 약 310만원대로 전작 대비 약 19% 상승한 가격에 출시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제품 가격이 일정하게 고정되지 않고 시세에 따라 변동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등 일부 유통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급등 여파로 제품 가격이 수시로 변동되는 등 사실상 '시가'처럼 거래되는 모습도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통 구조 속에서 동일 사양 제품이라도 재고 시기나 부품 구성, 유통 경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자제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동일 사양 제품 간 성능 차이는 존재하더라도 통상 1~2%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신제품뿐 아니라 기존 제품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저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경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상판매나 금융 프로그램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대응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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