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단지 재편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급 과잉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작 부담은 누가 질 것인지를 두고 업체 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논란의 중심에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말 가동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유와 부산물을 곧바로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 공정을 갖춘 신규 고효율 설비인 만큼, 기존 NCC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신규 설비라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에쓰오일은 이번 재편 논의의 목적이 단순 감축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있는 만큼 경쟁력이 낮은 노후 설비를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시선은 다르다.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생산능력 감축과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만 신규 설비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에서 비켜서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는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설비다. 기존 공정보다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감축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설비 업체들은 자신들만 먼저 생산능력을 줄이는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에쓰오일 역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스스로 접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없다. 결국 울산 논의는 기술이나 효율성 논쟁을 넘어 구조조정에 모두가 어느 정도의 책임과 부담을 나눠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중동발 원유·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업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울산단지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금 막혀 있는 것은 단순한 시간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구는 아프게 버티고 누구는 비켜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울산단지의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선 업체 간 신뢰 회복이 먼저다. 무임승차 한다는 인식을 주기보다는 같이 구조조정에 참여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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