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연금개혁' 돌입…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
인구구조 변화에 추가 연금개혁 불가피…보장강화 vs 재정안정 쟁점
퇴직연금·기초연금까지 연금개혁 논의 확대…'연금 내실화' 진행돼야
국민연금은 올해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에 돌입했다. 작년 3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더 내고 더 받는' 3차 연금개혁에 따른 인상이다. 1998년부터 2025년까지 9% 수준으로 유지됐던 보험료는 올해부터 9.5%로 올랐고, 매년 0.5%포인트(p)씩 인상돼 2033년에는 13%까지 오른다. 기존 40% 수준이었던 소득대체율은 올해부터 43%로 적용된다.
2차 연금개혁 이후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단행됐지만,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보험료율 조정을 비롯한 개혁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대수명 연장과 출생률 감소로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재원인 국민연금기금도 점진적인 소진이 불가피해서다.
◆ 연금개혁,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은 만 18~60세의 국민을 의무가입대상으로 한다. 가입자가 근로소득의 일정 금액을 연금보험료로 납입하면 이를 재원으로 '국민연금기금(연기금)'을 조성 및 운용해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입한 65세 이상의 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5년간 연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연 평균 10.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기금 적립액은 145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납입액보다 지급액이 많으면 연금 지급 재원인 연기금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 연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세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도 가파르게 커진다. 재정 안정을 위한 '연금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 3%의 보험료율과 70%의 소득대체율을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을 40년으로 가정했다. 매달 소득의 3%씩 40년을 납입하면 65세부터는 가입 기간 동안의 평균 소득의 70%를 지급한다는 약속이다. 1988년 출생자의 기대수명이 70.7세에 그쳤던 만큼 높은 소득대체율을 약속할 수 있었다.
1차 연금개혁은 지난 1998년 단행됐다. 3% 수준이었던 보험료율은 9%까지 올랐고, 70%의 소득대체율은 60%까지 낮추는 '더 내고 덜 받기' 개혁이었다. 기대수명이 74.7세까지 늘었고, 1988년 1인당 1.55명 수준이던 합계출생률은 1996년 산아제한 폐지에도 1998년 1.46명까지 하락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서다.
2007년에는 2차 연금개혁이 단행됐다. 20년에 걸쳐 소득대체율을 매년 1%p씩 인하해 40%까지 낮추는 '그대로 내고 덜 받기' 개혁이다. 하지만 2007년 1.26명이었던 출생률은 2018년부터 1명보다 낮아졌고, 지난 2024년에는 0.75명까지 내렸다. 반면 기대수명은 83.7세까지 늘었다. 고령자들이 연금을 받아가는 기간은 늘었는데, 보험료를 납입할 세대는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더 내고 더 받는' 3차 연금개혁이 진행됐다. 2056년으로 전망됐던 기금 소진은 2064년까지 약 8년 늦춰졌다. 이후 국내 증시가 역대급 상승을 지속하며 기금소진이 수년 더 늦춰졌다. 하지만 연금을 받아갈 사람에 비해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 드는 인구구조가 형성된 만큼 연금개혁은 불가피하다. 여야도 3차 개혁 당시 해당 개혁안을 '불완전한 방안'으로 평가하고 논의를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 소득보장 vs 재정안정
여·야는 지난해 3차 연금개혁 직후 여·야 의원이 동수로 참여하는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연금 재정의 시급성을 고려해 공감대가 형성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을 우선 처리하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연금특위는 최근 배달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자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편입, 정년 연장 추진에 따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대의 상향 등의 안건을 논의 중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여·야 공감대가 있고 선거에 부담이 덜한 안건부터 처리한다는 전략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여당의 '보장확대 우선' 방안과 야당의 '재정안정 우선' 방안을 놓고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방향성에는 뜻을 모았지만, 높은 노인 빈곤률을 고려해 보장성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여당과 재정 안정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차가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8%보다 2.7배 가량 높다. 소득 빈곤율은 전체 인구의 중위소득과 비교했을 때 소득이 50% 이하인 상황을 말한다. 1988년에야 공적 연금제도가 마련되면서 수혜를 받지 못하는 노인 세대가 많고, 고령자의 자산은 부동산에 치중돼서다.
반면 미래세대의 부담도 막대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0명당 14.8명이었던 노인인구부양비는 2026년 31.3명까지 늘었다. 생산인구(15~64세)가 부양하는 노인이 16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현재 출생률이 유지되면 오는 2070년에는 노인부양인구비는 100.6명까지 치솟는다. 높은 노인 빈곤률에도 국민연금의 보장 확대에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연금개혁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퇴직연금과 기초연금까지 개혁 논의가 확대했다.
퇴직 시 목돈을 지급하는 기존 퇴직금 제도를 대신해 도입된 퇴직연금은 올해부터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등 수익률 제고 방안도 본격적인 입법을 앞두고 있다. 소득 하위 70% 고령자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재정안정과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액을 차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다층노후소득보장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적정 기대 소득대체율은 전 생에 평균 약 70% 내외"라면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대략적으로 검토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질 소득대체율이 아닌 만큼 연금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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