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자폐 성향이 있는 21세 아들의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말에 외투를 챙겨 입고 아들과 식당으로 향한 김창민 영화감독은 그 날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근 세간을 분노케 한 '영화감독 김창민 씨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이 내는 소리에 "조용히 시키라"며 시작된 시비는 6대 1의 집단 폭행으로 번졌고, 아버지는 끝내 뇌사 판정을 받은 뒤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며 세상을 떠났다.
이날 현장의 공권력은 무능했다. 출동한 경찰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앞에 두고도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들을 지키려 나이프를 들었던 아버지의 절박한 방어기제만을 보고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규정했다. 경찰의 초동 수사가 가해자의 폭행 횟수를 '20여 회'에서 '3회'로 축소 보고하는 동안, 가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의 폭력을 미화하는 힙합 곡까지 발표했다.
뒤늦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들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사과문을 읽으며 "유족의 연락처를 몰라 사과를 못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면, 변호사를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연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의 밑바닥엔 장애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깔려 있다. 발달장애인의 돌발 행동을 배려의 대상이 아닌 '소음'으로 본 결과가 집단 폭행의 시작이었다. 비장애인의 소란에는 관대하면서 장애인의 행동에는 유독 엄격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빚어낸 참사다.
사법 시스템도 가해자의 편이었다.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쌍방' 프레임을 짜버렸고, 오히려 유족이 직접 CCTV를 뒤지며 증거를 모아야 했다. 수사기관의 안일함과 법원의 기계적 영장 기각이 결합될 때 법은 약자의 방패가 아니라 가해자의 은신처가 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김 감독은 생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만큼 인권에 각별했던 영화인이었다. 그런 그가 정작 가장 인권이 무너진 현장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독한 역설이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처벌 결과는 단순히 한 범죄자의 단죄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장애인 가족의 삶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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