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를 자국 내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전기차의 '양방향 충방전(Vehicle to Grid;V2G)'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활용한 전력 수급 안정화 경쟁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전기차를 전력 자산으로 활용하는 기술 확보와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영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국은 V2G 기술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역할 확장에 본격 나섰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로, 차량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기능하도록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는 차량에 전력을 저장하고, 피크 시간에는 이를 전력망에 공급함으로써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발전량 변동성을 보완해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 활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차주 입장에서도 충전요금 절감이나 전력 판매 수익 등 경제적 인센티브 확보가 가능하다.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영국은 가장 앞선 사례로 평가된다.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는 전기차 리스, 충전기, 요금제를 결합한 패키지를 출시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고, 일정 조건 충족 시 충전 요금을 면제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도시 단위 실증 프로젝트인 '위트레흐트 에너자이즈드'를 통해 전기차와 태양광 시스템을 연계하고 있다. 잉여 전력을 차량에 저장했다가 필요 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정전 상황 대응을 위한 V2G 실증을 진행 중이며,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기차를 비상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제주에서 V2G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V2G 기술 적용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아이오닉 9, EV9 등 전기차 50여 대를 투입해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 연계 안정성을 검증 중이며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기차는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전력 거래와 보상 체계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요금 체계, 법령 개선, 기술 표준 마련 등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와 병행해 제도 설계 구체화 작업의 속도를 높여야 국내에서 V2G 상용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V2G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보급 확대는 물론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자산 확보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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