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한산면 죽도에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라는 곳이 있다. 죽도연수원으로도 불린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곳은 사업을 하다 부도·폐업 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중소기업 경영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재도전 캠프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재도전 힐링캠프', '소상공인 재도전캠프' 등의 과정을 거쳐간 이들은 최근까지 34기에 걸쳐 500명이 훌쩍 넘는다. 50명 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는 죽도는 재도전의 성지가 됐다.
죽도연수원은 한 기업인 개인의 원맨쇼로 시작했다. 이 기업인은 죽도의 폐교를 사들여 연수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무료 캠프에 참가할 이들과 강연자를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15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교육 과정도 독특하다. 참석자들은 캠프 기간 내내 연수원 뒷편의 야산에 있는 텐트에서 생활한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체조를 하고 100배 절과 명상, 걷기 등을 반복한다. 하루 세끼 중 저녁은 배고픔을 체험하기위해 최소한의 먹거리만 제공한다. 수료 직전에는 맨발로 뜨거운 불위를 걷는 경험도 한다. 과정 중엔 임종 체험도 있다. 술과 담배, 커피, 전화기 사용은 금물이다.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하자며 만든 과정들이다.
그런데 죽도연수원이 점점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전후해 3년 가량 문을 닫았다 다시 연 이후 캠프 참가자들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재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5회차 과정은 정원 25명 중 절반 밖에 인원을 채우질 못했다. 그것도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인 '노란우산'의 도움을 받은 결과다. 한때는 문전성시를 이뤘던 죽도였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민간기관 중 처음으로 2011년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공익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기도 했다. 중기청은 연수원이 재기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캠프에 강연료를 일부 지원했었다.
중기부는 또 재기 관련 정책을 위해 재도전을 지원하는 과장급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중기부는 '재도전' 관련 조직을 없앴다. 지금은 일부 업무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창업진흥원이 하고 있을 뿐이다.
재도전 컨트롤타워도 없는 현실에서 재도전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리는 만무하다.
현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일부에 '원스톱 재기지원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소상공인에 국한하고 있다. 중기부와 중진공, 비영리 재단법인인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재도전응원본부'를 꾸린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이벤트였다.
모든 중소기업 정책이 창업에 집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 사이에 재도전이 있다.
'모두의 창업'은 결국 '모두의 재기'와도 같다. 다산다사형의 우리나라 산업 구조에선 더욱 그렇다.
혹자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교육 방식을 트렌드에 맞게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는 그냥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의 진심어린 관심을 바란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