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추경이 충격 일부 완충…7월 전망서 종합 반영"
유가 장기 상승에 성장 둔화·물가 압력 확대 경고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김주형 기자】앨버트 파크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중동 사태 장기화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9%를 밑도는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대응이 충격을 일부 완충하겠지만, 수입 원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고유가 장기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중동 사태 관련 성장률 하방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반도체 호조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성장률 전망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ADB는 이번 분석이 공식 전망 수정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압둘 아비아드 ADB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영향은 전망 수정이 아니라 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하방 압력을 별도로 분석한 것"이라며 "반도체 경기 호조와 4월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대응이 하방 압력을 완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B는 오는 7월 아시아개발전망(ADO) 업데이트에서 반도체 경기, 정책 대응, 중동 사태 전개 등을 종합 반영한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ADB는 지난달 발표한 아시아개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당시 전망은 중동 사태가 조기에 안정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지만, 이후 에너지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부담이 커졌다는 게 파크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그는 "업데이트된 분석에서 강조한 점은 공급 차질이 더 지속적이고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분쟁이 끝난 뒤에도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DB는 새 기준 시나리오에서 올해 유가가 평균 배럴당 96달러, 내년에는 80달러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가정했다. 심각한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올해 평균 150달러, 내년 평균 140달러를 기록하고, 최악의 경우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 분석도 제시했다.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 훼손도 공급 차질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ADB는 액화천연가스(LNG) 액화 설비의 약 16.9%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 일부는 복구에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고유가 충격은 비에너지 원자재와 식품 가격으로도 번질 수 있다. ADB 분석에 따르면 2월 말 대비 4월 말 요소 가격은 85.2% 올랐다. 요소와 암모니아 가격 상승은 비료와 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 상승은 포장재와 제조업,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전체 성장률 전망도 낮아졌다. ADB는 4월 전망 당시 개발도상 아시아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각각 5.1%로 봤지만, 새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4.7%, 내년 4.8%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물가 상승률은 올해 3.6%에서 5.2%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ADB는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6%를 기록한 배경에 인공지능(AI) 수요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있다고 평가했다.
파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는 계속 남아 있을 구조적 변화"라며 "한국은 앞으로도 이 흐름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생산에도 중동산 소재와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며 "분쟁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 붐의 성장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파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사태는 성장을 낮추고 물가를 높이는 방향의 압력을 만든다"면서도 "한국은 AI발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있어 큰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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