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인버터 공급 약 80% 차지
국내 기업, PCS 중심 전력변환 사업 확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렸던 국내 전력변환 장비 업계에 유럽발 공급망 재편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전력망 보안을 이유로 고위험 국가산 인버터를 배제함에 따라 ESS용 전력변환장치(PCS) 등 국내 기업들이 레퍼런스를 쌓아온 분야를 중심으로 비중국산 장비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4일 역내 자금이 투입되는 에너지 사업에서 중국 등 고위험 국가산 인버터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태양광·풍력·ESS 전력을 전력망에 연결하는 인버터가 사이버 공격이나 원격 제어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U는 유럽산 제품과 한국·일본·미국·스위스 등 유사 입장 국가 제품을 중심으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인버터 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전 세계 인버터 공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화웨이와 선그로우는 10년 이상 글로벌 인버터 시장 1·2위를 유지하며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인버터 시장은 가격 중심 경쟁이 강해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키워왔고,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추고도 가격 경쟁에서 밀려 존재감을 확대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은 PCS 분야에서 운영 경험을 일부 축적해 왔다. 태양광 인버터와 ESS용 PCS는 직류(DC)를 교류(AC)로 변환한다는 기본 원리는 같지만, PCS는 충·방전 제어와 출력 조절, 계통 안정화 기능까지 수행해야 해 기술 난도가 더 높다.
대표 사례는 LS일렉트릭이다. LS일렉트릭은 영국 보틀리 지역에서 50MW급 PCS와 114MWh 규모 ESS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영국 전력망 사업자인 내셔널그리드 연계 실적을 확보했다. 북미 PCS 1위 업체인 파워일렉트로닉스와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자회사 HD현대플라스포를 통해 인버터 등 전력변환 장치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효성중공업도 ESS·PCS 중심으로 사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 흐름은 미국 변압기 시장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공급 부족에도 중국산 변압기 도입을 제한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처럼, 전력망 핵심 장비가 안보 이슈와 연결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도 재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중국산 비중이 높지만, 최근 정부와 업계는 중소 인버터 업체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협력을 확대하며 국산화 기반을 다시 넓히고 있다. 유럽에서 비중국산 장비 수요가 커질 경우 국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해외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고 중앙 제어 기반 전력망 운영이 강화될수록 인버터는 단순 전력 변환 장치를 넘어 전력망 제어 핵심 장치로 역할이 확대된다"며 "보안 이슈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경우 국산 장비 채택 논의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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