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스페인 까바 '로저 구라트'
어떤 스파클링 와인이든 한 모금 하기 전엔 묘한 긴장감과 함께 기대가 생긴다. 샴페인만 할까, 못할까.
좋은 해에만 만든다는 빈티지 샴페인도 36개월 숙성인데 스페인에서 무려 75개월, 초장기로 숙성한 까바(CAVA)가 선을 보였다. 스페인 까바의 선구자 '로저 구라트'다.
에두아르드 카프데빌라(Eduard Capdevilla) 쿠네(C.V.N.E.) 수출 매니저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로저 구라트의 핵심 철학은 장기 숙성"이라며 "다른 까바 생산자와 달리 모든 와인은 빈티지로만 생산해 깊은 풍미와 함께 테루아를 더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쿠네는 1879년 스페인 와인 명산지 리오하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산하에 로저 구라트를 비롯해 비냐 레알과 라발 등 주요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초기 라벨의 필기체 표기에서 V가 U처럼 읽히면서 아예 [쿠네]라는 발음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먼저 용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까바는 스페인에서 샴페인과 같이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을 말한다. 이때 효모 앙금과 접촉(리즈 컨택)하면서 깊은 풍미는 물론 질감이 더해진다.
로저 구라트는 1882년부터 페네데스 지역에서 까바를 만든 전문 생산자다. 특히 페네데스에서도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한다. 잘 익었으면서도 신선함이 살아있어 까바를 만들기 최적의 조건이다.
까바의 법적 숙성 기준은 9개월 이상이다. 로저 구라트는 리즈 컨택을 최소 12~14개월 이상 진행한다. 좀 더 우아하고, 신선하면서 깊이감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카프데빌라 매니저는 "로저 구라트는 수작업으로 직접 굴착한 깊이 30m, 총 길이 1㎞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셀러가 있다"며 "일년 내내 14도 안팎의 온도에서 다른 방해없이 천천히 숙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이라는게 마냥 묵힌다고 좋은게 아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도 와인 자체가 시간을 견딜 힘이 있어야 한다. 재배가 힘든 환경임에도 샤도네이와 피노누아에 정성을 들이는 것도 그래서다. 기존 까바에 들어가는 토착 품종과 비교하면 산도나 구조감을 주면서 초장기 숙성이 가능해진다.
'로저 구라트 더 로저 마크 Ⅱ'는 로저 구라트가 어떤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 리즈 컨택 기간이 무려 75개월이다.
'더 로저'로 이름붙인 이 초장기숙성 까바는 포도 재배가 가장 완벽하다 싶은 해에만 만든다. 첫 선을 보인 것이 '마크 Ⅰ'으로 2013년 빈티지였고, 2017년 마크 Ⅱ가 두 번째다. 효모 침전물을 빼내는 데고르주망을 출고 시점에 맞춰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숙성 기간이 거의 8~9년에 달한다.
2017 빈티지는 까바에 전통적으로 쓰이는 토착품종 차렐로·마카베오·파레야다 등과 함께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각각 15%씩 섞었다. 잔을 채운 고운 기포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사과 복숭아 등 과실과 말린 꽃향, 여기에 오랜 숙성에서 나온 구운 빵과 견과류 향이 복합적이다. 입안에 길게 남아있는 미네랄감도 인상적이다.
'로저 구라트 브뤼 밀레짐 2023'은 토착품종 차렐로·마카베오·파레야다로 만들었다. 15개월을 숙성했으며, 균형감 있는 산도와 질감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까바다.
'로저 구라트 그랑 레세르바 조셉 발스 2020'은 토착품종 외에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각각 20%, 10% 블렌딩했다. 리즈 컨택 기간은 36개월이다. 밀레짐과 비교하면 확실히 구조감과 신선한 산도가 느껴지며, 짭쫄한 미네랄감으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 까바다.
로저 구라트의 로제는 피노누아 품종이 들어가 스타일이 확고하다. 스페인에서 피노누아로 만든 로제 까바는 찾아보기 힘들다.
'로저 구라트 브뤼 코랄 로제 2023'는 가르나차 70%에 피노누아 30%를 섞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신선하고 마시기 편한 로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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