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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증시의 여름, 골목의 겨울

"자고 일어나면 돈이 복사되는 것 같아. 장이 안 열리는 주말이 지겹고 월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라니까!"

 

최근 기자의 지인이 건넨 말이다. 그만큼 지금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증권시장은 벌써 한여름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자본시장 제도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새로운 전성기에 들어선 듯하다.

 

하지만 골목시장은 아직 혹한기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올해 1분기 말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분류한 '추정손실' 규모는 2조996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이상 연체됐거나 폐업·파산 등으로 사실상 떼인 돈이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채 하나둘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렇다고 증시의 상승을 거품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주식시장은 본래 현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며 미래의 기대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 기대를 감안하면 '만스피(코스피 1만)' 역시 단순한 공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승의 온기가 아직 골목경제까지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랠리는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 그리고 정책 기대가 이끌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대출로 시간을 벌었던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빚의 무게를 견디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법정관리로 내몰리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코스피 7800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추정손실 2조9963억원은 현재의 고통을 드러낸다. 하나는 증권시장의 한여름을, 다른 하나는 골목시장의 한겨울을 말한다.

 

지금의 상승장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수의 신기록만 보고 한국 경제 전체가 회복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두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일수록 빚을 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진짜 호황은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그 상승의 온기가 시장 밖으로 퍼져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증권시장의 뜨거움이 골목시장의 겨울까지 닿을 때, 그때의 '만스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상징하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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