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인하 논하기 부담”…유상대도 “인상 고민할 때”
고유가에 물가 2.6% 반등…반도체 호조로 인하 명분 약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정책 선호)로 분류됐던 신성환 금통위원까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5월 금통위의 점도표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고유가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진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 하방 우려는 줄어 들면서, 한은의 금리 셈법도 인하 보다 물가 대응에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위원은 지난 11일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전쟁 변수로 인하를 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은 고유가에 따른 물가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성장과 물가가 상충할 경우 물가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신 위원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그동안 금통위 내에서 완화적 성향으로 분류돼 왔기 때문이다. 신 위원은 재임 기간 여러 차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면서 시장에서 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평가돼 왔다. 그런 신 위원까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금통위 내부의 논의 초점도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발언이 곧바로 신 위원의 향후 표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 위원은 12일 임기가 만료됐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인사가 임기 종료 직전 물가 우려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한은 안팎의 정책 기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던진 메시지도 같은 흐름이다. 유 부총재는 한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중동발 충격 이후 성장세는 예상보다 견조한 반면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2월 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을 2.0%, 물가상승률을 2.2%로 봤지만, 이후 상황을 보면 성장은 2.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물가는 2.2%보다 높아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월 금통위까지 이런 흐름이 확인될 경우 2월 점도표보다 금리 경로의 확률분포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물가 지표도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 2.2%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특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에 그치지 않고 수입물가와 생산비용을 거쳐 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 공급 충격은 성장을 낮추고 물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만큼 통화정책 입장에서는 대응이 까다로운 변수다.
반면 성장 하방 우려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일부 완화됐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한 858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621억1000만달러, 무역수지는 23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성장이 빠르게 꺾이는 국면이라면 한은이 물가 부담에도 경기 방어를 고려할 여지가 커진다. 하지만 반도체가 성장률을 떠받치고, 물가와 환율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5월 금통위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점도표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금리를 올릴지 여부보다 금통위원들이 향후 금리 경로를 얼마나 높게 보는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외부 충격과 경제 여건에 따라 인하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 견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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