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약속이다. 보험료를 내는 순간의 약속이 아니라, 위험이 닥쳤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이다.
생명보험업계가 최근 '생명보험 약속의 날'을 열고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전 생보사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든 의사결정을 소비자 기준으로 바꾸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이익 우려가 있는 상품은 팔지 않으며, 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필요한 선언이다. 보험산업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상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입할 때 들은 설명과 보험금을 청구할 때 마주한 현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보험은 가입 순간보다 청구 순간에 평가받는다. 소비자에게 보험사의 이름이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는 때도 설계사가 상품을 설명할 때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때다.
문제는 숫자가 선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민원은 48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4.6% 늘었다. 보험업권 전체로 봐도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소비자보호를 말하기 가장 좋은 시점에, 소비자 불만도 함께 커진 셈이다.
물론 보험금 민원이 모두 보험사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약관상 지급 대상이 아닌 청구도 있고, 의료비·진단비·간병보험 처럼 판단이 복잡한 영역도 있다. 보험금 누수와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도 보험사의 책임이다. 보험금은 무조건 빨리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확하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약관상 어렵다"고 설명하는 순간에도 소비자는 "가입할 때는 보장된다고 들었다"고 기억한다. 이 간극이 반복되면 보험은 약속이 아니라 분쟁이 된다.
생보업계의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험금 지급 기준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설명해야 한다. 약관 조항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불신을 줄일 수 없다. 왜 지급되는지, 왜 지급되지 않는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청구 단계에서 분명히 알려야 한다.
또한 민원을 사후 처리로만 보지 말고 상품 개발과 판매 교육으로 되돌려야 한다. 보험금 지급 민원이 반복되는 상품과 설명 방식이 있다면, 그건 보상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품을 만든 곳, 판매한 채널, 심사한 조직이 함께 고쳐야 할 구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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