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22.9㎏)로 추락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주 소비층 감소, 지속되는 고물가, 그리고 무관세 공세를 앞세운 가성비 수입 멸균우유의 습격까지 그야말로 국내 유업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우유를 덜 마시는 수준을 넘어 전통적인 '음용유 중심'의 낙농 산업 구조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린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오는 6월로 예정된 원유 가격 및 물량 협상은 유업계의 손익 계산을 넘어, 한국 낙농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원유 배분 구조, 즉 '88.5%의 굴레'를 어떻게 깨뜨리느냐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무려 88.5%는 흰 우유나 가공우유 등 직접 마시는 '음용유'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묶여 있다. 치즈, 분유,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쓸 수 있는 비중은 단 5% 남짓에 불과하다.
마시는 우유 소비는 매년 가파르게 줄어드는데, 정작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가공용 원유는 공급받기 어려운 기형적인 구조다.
결국 유업체들은 남는 원유를 분유로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면서도 정작 가동률이 25%대에 불과한 설비를 바라보며 막대한 보관 비용과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다.
역설적이게도 낙농 산업과 유업계를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흰 우유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 우유가 남아돌아 비명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의 음용유 쿼터를 고집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6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낙농가와 유업계, 그리고 방관할 수 없는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철 지난 '음용유 중심 쿼터'를 과감히 재설계하고, 시장 수요에 맞춰 가공용 원유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6월 협상은 단순한 가격 밀당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낙농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자생력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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