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포스트 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부터 치료제 긴급 공급, 유전자 변이 분석에 이르는 전방위 대응 체계 가동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감염병에 대한 국산 방역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20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남대서양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안데스 바이러스에 집단으로 감염된 환자가 사망하는 등 글로벌 보건 위협이 본격화됐고 'K바이오'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산 차세대 백신 플랫폼을 보유한 아이진은 정부와 함께 백신 주권 확보에 착수했다.
질병관리청과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한타바이러스 mRNA 예방백신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해당 과제에는 2년 간 30억원이 투입된다. 아이진을 비롯한 고려대학교 정희진 교수팀, 메디치바이오 등 연구진은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 모두에 교차 면역원성을 가지는 후보물질을 도출한다는 목표다. 순수 국내 mRNA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990년 GC녹십자가 개발한 '한타박스' 이후 30여 년간 한타바이러스 백신 분야에서 신약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이번 신약개발은 글로벌 혁신 신약 지위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부터 mRNA 기반 플랫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고 대규모 mRNA 백신 생산 설비까지 갖춰 원천 기술 내재화를 이뤄냈다"며 "차세대 면역 기술을 지속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자체 파이프라인 '제프티' 임상에 속도를 낸다. 제프티는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주성분 '니클로사마이드'는 에볼라바이러스와 한타바이러스 모두에 유의미한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약물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는 뎅기열 임상 2상에서 저용량 투약군부터 고용량 투약군까지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현대바이오는 임상용 의약품을 방역 현장에 긴급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제조 규정에 따라 생산한 임상약을 보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감염 발생 국가의 지원 요청 시 추가 생산 없이 즉각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바이오 측은 "복합적인 감염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 감염을 진단하는 분야에서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전문기업 셀레믹스가 기술력을 강화한다. 셀레믹스는 고유의 '타겟 캡처' 기술로 한타바이러스 분석 패널을 설계했다. 유전 정보를 폭넓게 파악해 알려지지 않은 변이 영역까지 감시할 수 있다. 특히 한타바이러스와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은 발생 지역이나 매개 동물에 따라 역학적 특성이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밀 유전체 감시가 요구된다.
국내 제약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는 변이와 유입 경로를 계속 살펴봐야 하는 분야"라며 "자체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인 대응망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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