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신용 1993조1000억원…전분기보다 14조 증가
은행 줄어도 비은행·주담대 확대…22일 차주별 통계 주목
가계빚(가계신용 잔액)이 2000조원에 육박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셈법에 금융안정 변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물가와 환율 부담에 이어 주택담보대출과 비은행권 대출 증가세까지 확인되면서,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명분은 한층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거래 등 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 가계부채 지표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준이다.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2조9000억원 늘었다. 판매신용 잔액도 127조3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 총량이 2000조원까지 불과 6조9000억원 남은 셈이다.
문제는 증가의 질이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감소 전환했지만, 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은행권 대출 관리가 강화되자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 설명회에서 "은행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1분기 연간 목표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받기 전 보수적으로 운영한 측면이 있다"며 "비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조치 시행 이전 대출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상품별로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1분기 주택관련대출은 8조1000억원 늘어 전분기 증가폭을 웃돌았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증권사 신용공여액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주택시장 대출 수요와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 수요가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를 자극한 셈이다.
다만 한은은 비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 팀장은 "농협중앙회·새마을금고 등이 모집인 대출 접수 중단과 집단대출 중단을 발표한 만큼 향후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주택 거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나오면서 주택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선행지표인 주택매매 거래가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주담대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4월 흐름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4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는 5조5000억원 늘어 전월보다 증가폭이 확대됐고, 은행권 주담대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가계부채가 다시 늘면 한은의 통화정책 판단은 더 복잡해진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대출 수요와 주택시장 기대를 자극할 수 있고, 이는 금융안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의 금리 셈법은 이미 물가 반등과 고환율 부담으로 인하보다 동결 또는 상방 경로 점검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가계부채까지 더해지면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는 더 어려워진다.
5월 금통위의 관심도 기준금리 결정 자체를 넘어 금융안정 평가로 넓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와 환율이 금리 경로의 상단을 자극하는 변수라면, 가계부채는 금리 경로의 하단을 막는 변수다. 물가가 둔화되더라도 주담대와 비은행권 대출이 다시 확대될 경우 금통위원들이 인하 의견을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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