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이상 지속되며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유발하는 '만성 가려움증'을 전신 질환의 관점에서 정밀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 센터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미용 성형 위주로 재편된 일선 개원가의 피부과에서 소외받던 난치성 가려움증을 위한 돌파구다.
22일 한림대학교 의료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 대방에 위치한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국내 최초로 다학제 협진 기반의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개소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난제..."가려움증, 아프다는 신호"
그동안 가려움증은 흔히 일시적인 피부 질환이나 알레르기 정도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최근 인구 고령화와 함께 피부 노화, 만성 질환, 복합 약물 복용 환자가 늘어나면서 만성 가려움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성 가려움증은 아토피피부염 같은 피부 질환 외에도 만성 신장질환, 담즙 정체성 간 질환, 갑상선 등 내분비 질환, 루푸스 등 자가면역 질환, 척추 눌림에 의한 신경계 질환, 악성 림프종 같은 혈액암까지 다양한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담즙성 질환의 경우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상승하기 전, 가려움증이 전조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환자들이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며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중심의 일시적인 대증치료만 반복해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이동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장은 "그동안 환자들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증상 완화 중심의 치료에만 의존해 왔다"며 "가려움증을 전신 질환과 연결된 복합 질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다학제 협진 진료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국내 최초 다학제 협진...생물학적 제제 등 고난도 기전 규명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는 피부과를 중심으로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협업한다.
피부과 전문 평가를 통해 가려움의 양상과 악화 요인을 분석한 뒤, 필요에 따라 혈액·알레르기 첩포·피부조직 검사는 물론 신경학적·정신건강 평가를 종합적으로 시행한다. 원인 불명으로 여겨졌던 만성 가려움증을 정밀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의료진은 치료 요법도 한층 고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을 직접 차단하는 최신 표적 치료제나 세포 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억제제 등을 환자 맞춤형으로 처방한다.
또 척추나 감각 신경이 눌려 화끈거리는 신경병증성 가려움증에는 신경 통로를 조절하는 약물을, 만성 신장 질환 환자에게는 오피오이드 조절제를 투여하는 등 원인 기반 처방 체계를 가동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가려움증으로 유발된 수면장애, 우울증, 자살 사고 등 심리적 문제도 함께 관리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인다.
특히 가려움은 피부 말단 수용체에서 시작해 감각신경을 거쳐 척수와 뇌에 도달한다. 신호가 최종적으로 뇌에 인지되면 극심한 가려움뿐 아니라 불안, 우울, 수면장애 같은 정서적 고통이 동반되는 이유다.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은 "뇌, 척수 등에서 가려움증만 특정해 전달하는 신경 회로가 최근 밝혀지고 있다"며 "일부 항우울제는 브레인 레벨에서 항소양 효과를 내기 때문에 협진을 통해 약을 처방했을 때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많은 환자가 가려울 때마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지만, 가려움증의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 데이터 기반 표준화 필요
이번 센터 개소는 국내 의료 환경의 특수성도 맞물렸다. 현재 국내 상당수 개인 피부과 의원이 미용·성형 진료에 집중되다 보니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원인을 찾아야 하는 만성 가려움증 환자들이 사실상 상급 병원으로 오기 전까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혜원 센터장은 "잠을 방해할 정도의 가려움증이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는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가 방황하지 않도록 '끝까지 원인을 찾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난치성 가려움증 환자의 임상 데이터 표준화 레지스트리(등록전문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질환별 교육자료 개발, 지역 의료기관 대상 학술 교류 등을 지속 이어가며 진단 정확도와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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