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기지 다변화·신흥국 유통망 확보 속도… 해외 사업이 생존 마지노선
[창간 24주년기획]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
국내 소비 침체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소비 양극화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내수 중심의 전통적 성장 모델을 탈피하고 있다. 내수 시장의 할인 경쟁 심화와 중저가 소비 축소로 성장이 정체되자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이른바 '글로벌 리부트(Reboot)' 전략이 업계의 생존 화두로 부상했다.
K-콘텐츠 확산과 글로벌 전역의 한식 수요 증가를 발판 삼아 라면, 간편식(HMR), 스낵 등 주요 품목이 주류 문화에 안착하면서 식품업계의 해외 사업은 실적 방어를 넘어 미래 생존력을 좌우할 핵심 분수령이 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오리온 등 국내 식품업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은 신흥시장 개척과 대규모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글로벌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표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북미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한 데 이어, 유럽 및 호주 등 신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식품사업 부문에서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우며,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톱티어 식품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가동 안정화를 바탕으로 월마트, 코스트코 등 현지 메인스트림(주류 유통 채널) 진입을 전 점포로 확대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1위 퀵커머스(즉석배송) 플랫폼인 '블링킷(Blinkit)'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대대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불닭볶음면' 신화를 쓴 삼양식품은 이미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수출 중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동을 시작한 밀양 제2공장을 중심으로 미주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수출 물량 조달 가속화에 착수했다.
오리온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중국과 베트남 법인의 견고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도 라자스탄 공장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 확대하며 '포스트 차이나'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K-푸드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유통 매장의 지형도 역시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맞춰 급속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은 라면 특화 매장(라면 라이브러리)을 비롯해 즉석식품, 한국식 전통 디저트 등을 매장 전면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올리브영과 주요 대형마트 매장 역시 명동, 홍대, 제주의 주요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특화 매장'과 전용 카테고리 존을 신설·확대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증권가 및 학계 등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 구조의 변화 추이를 감안할 때 이 같은 해외 시장 시프트(Shift) 현상이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인구 감소로 정체된 국내 시장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외 진출이 국내 성장의 보조적인 수단이나 마케팅적 성격에 그쳤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기업의 주가와 장기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라며 "현지 소비자의 식문화를 고려한 다변화 전략과 유통망 확보 여부가 향후 기업 간 양극화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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