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이름 딴 단체계좌로 전세금 8억원 가로챈 사례 발생
개인 계좌처럼 보이는 '삼행시 단체통장' 사기 악용 우려 확산
6월부터 계좌명에 '(단체)' 표기 추진…거액 송금 시 확인 당부
"홍은동에서 길을 넓히는 동민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단체 계좌명 '홍길동'. 얼핏 보면 평범한 개인 명의 계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임의단체 명의 계좌다. 최근 이런 이른바 '삼행시 단체통장'이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개인 이름처럼 보이는 단체명을 활용한 계좌 개설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계좌가 각종 금융사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금융권 계좌 표기 방식 개선에도 나섰다.
문제가 된 것은 개인 이름을 조합한 형태의 임의단체 명칭이다. 실제로는 동창회나 친목모임 등 임의단체 계좌지만, 단체명을 사람 이름처럼 만들어 금융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다.
실제 전세사기 사례도 발생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임대인 B씨로부터 부동산 관리를 위임받은 뒤, B씨 이름을 딴 임의단체를 만들어 단체 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임차인들은 계약서상 임대인 이름과 계좌주명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의심 없이 전세보증금을 송금했고, A씨는 약 8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현행 금융실명법상 개인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상의 이름으로, 임의단체는 세무서 발급 고유번호증상의 단체명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체명이 개인 이름처럼 보일 경우 일반 소비자가 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에 개인 성명으로 오인 가능한 단체명의 계좌 개설 시 사기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도록 지도했다. 아울러 앞으로 금융권에서 임의단체 계좌를 개설할 경우 계좌주명 옆에 '(단체)' 문구를 추가로 표기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계좌주명이 '홍길동'으로만 표시됐다면, 앞으로는 '홍길동(단체)' 형태로 표기된다. 은행권은 오는 6월 중 관련 시스템 개선을 시행할 예정이며, 중소금융권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이 개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계좌명 옆에 '(단체)' 표시가 있다면 반드시 송금 전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전세보증금처럼 거액 송금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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