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시기 기준금리 인상 필요"…인하 기대 사실상 차단
물가·성장·환율·부동산 한 방향 압박…쟁점은 시기·속도·종착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은 인상 쪽으로 이동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흐름을 들어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밝히며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에서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동결은 경기 둔화에 대비한 완화적 동결이라기보다 중동사태와 반도체 경기 흐름을 더 확인하기 위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동결에 가까웠다.
◆ "언제·얼마나 빨리·어디까지"
신 총재는 금리 인상 문제를 세 가지로 나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제 올리느냐, 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또 어디까지 올리느냐, 그 세 가지 문제를 봐야 한다"며 "이번에 점도표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 세 가지 질문의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 기류도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이날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도 직전 회의보다 상향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점이 아니라 인상 시기와 폭으로 옮겨갔다.
다만 신 총재는 이번 결정이 금통위 내부의 방향 차이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과 부동산을 보나 금융을 보나 대체로 인식은 다 같이 했다"며 "소수의견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같은 틀의, 같은 의견 하에서 전략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선제 인상론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신 총재는 "금리를 올리는 것도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런 케이스를 만들 수가 있었다"면서도 "불확실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약간 지켜보자 하는 의견이 무게중심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 성장률 2.6%·물가 2.7%
한은이 매파적(통화 긴축정책 선호) 메시지를 낸 배경은 성장과 물가 전망의 동반 상향이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렸다. 중동전쟁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와 정보기술(IT) 수출 확대, 추가경정예산, 증시 호황이 이를 상쇄한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1분기 성장률이 1.7%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성장도 상당히 지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사이클에 대해서는 "단순히 그냥 순간적인 일시적인 현상보다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그런 의견에 무게를 좀 싣는 게 옳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는 더 직접적인 인상 명분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근원물가 전망치를 2.1%에서 2.4%로 각각 올렸다. 신 총재는 유가 상승의 직접 효과뿐 아니라 공산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간접 효과,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를 경계했다.
금융안정 변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고,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도 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신 총재는 "기준금리를 앞으로 상승함으로써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송 체제 첫 금통위의 메시지는 동결보다 인상에 가까웠다. 한은은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시장에는 다음 정책 방향이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렸다. 향후 기준금리 경로는 중동사태와 국제유가, 반도체 경기, 환율,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흐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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