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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뜰폰 시장,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반년에 한 번 더 싼 요금제를 찾아 통신사를 옮기는 일은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번거로움에도 가입자가 몰려 '0원 요금제'까지 등장했다. 통신 3사 요금제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래서 남는 게 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중소업체의 파격적 가격 정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가능했다. 정부는 2010년 당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의무적으로 통신망을 도매로 제공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도매 가격도 정부가 정해왔다. 이후 통신사가 정부에 지불하는 전파사용료를 알뜰폰 사업자에는 전액 면제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정책이 반전됐다. 올해부터 알뜰폰 사업자들도 전파사용료의 50%를 내고, 내년에는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통신망 도매 대가 산정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SK텔레콤이 주도권을 갖고 가격을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사정은 복잡해졌다. 통신망을 재판매하는 중개 사업만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는데, 정책 변화로 비용 부담도 커졌다. 한때 치열하게 경쟁하던 사업자 일부는 재무 악화로 문을 닫았다. 렌탈 플랫폼 등으로 사업 확장에 성공한 몇몇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벽은 통신 3사다. 이들은 알뜰폰 시장 초기에 이미 법인 인수와 자회사를 통해 저가 요금제 수요를 흡수했다. KT·LG유플러스가 2개, SK텔레콤이 1개를 운영하고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40여개 중소업체가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셈이다.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금융 기업과도 사정은 다르다. KB국민은행은 5년간 600억원대 누적 적자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세종텔레콤은 2024년 영업손실 60억원을 내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통신 산업에서 과도한 가격 경쟁의 결과는 정부 개입이었다. 후발 주자를 키우기 위한 정책은 결국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졌다. 보조금 상한선 마련이 골자인 단통법 시행 전에는 '갤럭시 S4'가 5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당시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던 통신3사와 6개월 무료를 내세운 알뜰폰 업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뜰폰을 육성하자던 본래의 취지는 흐려졌고, 더 싼 요금제 중심의 경쟁만 남았다. 결국 정부 정책은 알뜰폰 시장 생태계를 기업의 자생력에 맡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거대 자본력을 가진 대형 사업자들의 생존 방식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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