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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손해발생 여지 있으면 회생채권 신고 미루지 말아야

박규희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자들은 정해진 신고기간 내에 자신의 채권을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실무에서 종종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아직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지금 당장 회생채권으로 신고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그렇다"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1호는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핵심은 '원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갖추어져 있으면 족하다는 점이다.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손해 발생의 주요 원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갖춰져 있다면, 회생절차개시 당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회생채권으로 취급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축공사 하자 문제다. 수급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건물을 완공해 인도했다면, 그 후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하자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되더라도 도급인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채무불이행의 원인, 즉 불완전한 이행 자체가 이미 회생절차개시 전에 완성돼 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개시 전에 체결된 계약에 기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손해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모두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이 법리가 실무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신고 해태의 결과가 가혹하기 때문이다. 회생채권자가 채권을 신고하지 않고 회생채권자목록에도 기재되지 않은 채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이뤄지면, 그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251조에 따라 실권되어 더 이상 이행을 강제할 수 없게 된다. 손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미루다가 회생계획인가결정이 내려지면 채권자는 회생절차 참가 기회를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이는 채권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가. 채권자는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채권의 발생 원인과 예상 금액을 기재해 미확정 채권으로 신고할 수 있다. 회생계획에는 통상 미확정 회생채권에 대해 확정 시 가장 유사한 회생채권의 권리변경 및 변제방법에 따라 변제한다는 조항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신고 자체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실무상 주의할 점은 또 있다.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손해 발생의 원인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건설·제조 분야의 하자담보책임, 장기 계속계약에서의 채무불이행, 환경오염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은 손해의 현실화 시점과 원인 발생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어 채권자가 방심하기 쉽다. 이러한 유형의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일수록 거래 상대방의 회생절차 개시 소식을 접하는 즉시 자신의 채권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회생절차에서 "아직 손해가 없으니 신고할 것이 없다"는 판단은 치명적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 발생의 씨앗이 이미 뿌려져 있다면, 그 열매가 맺히기 전이라도 권리를 지켜야 한다. 회생절차는 채무자의 재건을 위한 절차인 동시에, 채권자에게는 권리 행사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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