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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

한은도 Fed도 '금리인하'보다 '인상' 쪽으로

한은, 동결에도 “적절한 시기 인상 필요”…성장률·물가 전망 동반 상향
연준도 중동발 인플레 경계…환율 1500원대 한국은 금리차 부담까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발 물가 충격이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경로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한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더 확산될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은 '언제 내리느냐'에서 '인상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다만 통화정책방향문에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표현을 넣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 인상 신호 '선명'

 

한은의 변화는 경제전망에서 드러난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렸다. 중동전쟁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와 정보기술(IT) 수출 확대, 추가경정예산, 증시 호황이 이를 상쇄한다는 판단이다.

 

물가 전망도 크게 올라갔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4%로 각각 상향했다. 성장률 상향은 경기 방어를 위한 인하 명분을 약화시키고, 물가 전망 상향은 인상 명분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금통위 내부 기류도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도 직전 회의보다 뚜렷하게 상향됐다. 지난 2월 전망에서는 21개 점 가운데 2.50%에 16개, 2.25%에 4개, 2.75%에 1개가 찍혔지만, 이번 5월 전망에서는 3.00%에 10개, 2.75%에 7개, 3.25%에 2개, 2.50%에 2개가 분포했다. 금리 전망의 중심이 현 수준 또는 인하 가능성에서 인상 경로로 이동한 셈이다.

 

신 총재는 금리 인상 문제를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흐름을 두고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기준금리를 앞으로 상승함으로써 여러 가지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준도 인하보다 인상 리스크

 

미국도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3.50~3.75%로 유지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참석자들은 중동 상황이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Fed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2%를 웃돌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로이터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등이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 장기화와 물가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추가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내놓고 있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를 당연하게 보던 시장 분위기는 약해졌고, 물가가 다시 흔들릴 경우 다음 선택지가 인하가 아닌 긴축 쪽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경계감은 커졌다.

 

이 흐름은 국내에도 직접적인 변수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한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좁히는 구조로 이어진다.

 

◆ 환율 1500원, 변수에 더 취약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미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 등으로 1500원 내외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면 유가 상승 충격이 국내 물가로 전이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신 총재도 환율을 기준금리 경로의 핵심 변수로 봤다. 그는 "한미 금리차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과 원화 절하 압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을수록 원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쉬워지고, 이 과정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환율은 단순한 외환시장 변수가 아니라 물가 변수다. 신 총재는 환율 약세가 수입물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에 중앙은행 책무에 비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은은 올해 물가 전망을 올리면서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비용 상승의 파급 정도를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신 총재는 "환율은 유동성이나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수입물가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에 중앙은행 책무에 비추어 봤을 때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환율 쏠림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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